일제에 2년 일한 대가 “3000원”      [한겨레] 강제동원 피해자 후생연금 반환통지서 보니 일제에 2년 동안 일한 대가 지난 3월 일본 사회보험청에 ‘후생연금보험 반환요청’을 한 여운택(81·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씨는 최근 일본 사회보험청으로부터 ‘후생연금 316엔(한화 약 3000원)을 돌려주겠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에 건너가 연금 반환요청을 해서 돈을 돌려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반환 요청을 하고 돈을 돌려받게 된 것은 여씨가 처음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보험청에서 돌려주겠다는 보험금에는 1945년 이후 현재까지의 물가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물가상승반영 없이 60년전 원금만 적시 여운택씨 분통 터뜨려 여씨는 “소 한마리에 50엔이던 당시 물가로 계산해도 적립금이 소 6마리 값이 넘는데 이제와서 우리돈 3천원을 주겠다고 알려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여씨는 1943년 신문에 난 일본제철 사원 모집공고를 보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일본제철에서 2년 동안 기중기 운전사로 일했다. 월급은 50엔이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손에 한번 쥐어보지도 못했다. 매달 가계저축이나 후생연금보험금 명목으로 붓는다고 했다. 해방 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후생연금을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한국에 가면 곧 부쳐주겠다’는 회사쪽 약속만 믿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제에 속아서 2년 동안 일한 대가를 빼앗긴 게 억울해 60년이 다되도록 분을 삭이지 못하다 올 들어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반환 청구를 하게 됐다. 여씨의 법률지원을 해온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사회보험청이 여씨에게 후생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은 국내에 있는 수많은 후생연금 가입자들도 반환 신청을 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당시 적립금액을 그대로 돌려받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44년 당시 후생연금 가입자가 844만명에 이르고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 대부분이 연금에 가입했다. 일본 사회보험청에서 후생연금 가입 명부를 전산화해 관리하고 있고, 조선인들한테 거둔 보험금도 현재 우정성에 예치돼 있다는 것이 일제강제동원을 연구해온 정혜경 박사(역사학)의 설명이다. 일본 반전평화단체인 ‘8·6 히로시마 대행동’ 활동가 다니구치 교코는 “사회보험청에 후생연금 반환금액 산정 기준과 반환날짜를 문의해 둔 상태”라며 “한국인 피해자들이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1988년엔 재일동포 강제징용 피해자 22명이 일본 정부에 후생연금반환 청구를 해 한 사람당 평균 73만6000엔(약 730만원)씩을 지급받은 사례가 있다.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