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는 지금 유령도시”    [한겨레] 이라크 언론인, BBC방송 전화인터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유령의 도시.’ 미군이 저항세력 거점도시 팔루자 탈환작전에 나선 뒤 구호기관을 중심으로 식량과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도시에 남겨진 주민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비비시방송〉은 13일 인터넷판에서 팔루자에 남아있는 이라크인 언론인 파딜 바드라니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도시에 남겨진 주민들이 맞닥뜨린 참상을 극명히 전했다. 다음과 바드라니의 증언을 요약한 것이다. 지난 밤 한 가족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내게 음식을 구할만한 곳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숨졌다는 말을 전했더니,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들은 “음모가 틀림없다”며 “아라파트를 살해한 다음 그 소식으로 팔루자 주민들이 처한 참상을 숨기려는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바깥 세상 사람들이 자기들의 운명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팔루자 주민들은 이제 언론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미군의 폭격으로 두 아이를 잃은 한 남성은 내가 이곳에서 내보내는 기사가 실제로 방송 전파를 타고는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했다. 지금 팔루자에선 화약냄새와 주검이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유령의 도시다. 격렬한 교전이 잠시 멈추는 사이, 정말로 불길한 침묵이 간간이 도시 전역을 감싼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떠났다. 거리는 텅 비어 있고, 상당수 집들도 주인을 잃었다. 아직도 팔루자를 지키고 있는 주민들에겐 피난민이 남겨놓고 떠난 빈집이 피난처가 되고 있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폭격이 퍼부어질 때면 그들은 빈집으로 몸을 피한다. 주민떠난 빈 거리엔 주검썩는 냄새 가득 식량·마실물조차 ‘뚝’ 밤은 저항세력이 지배 박격포로 미군에 맞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더이상 모르겠다. 지난 금요성일(이슬람의 일요일)만 간신히 알아차렸다. 물론 예배를 드리러 사원에 갈 수는 없었다. 미군도 저항세력도 사원을 활용하면서, 이제 팔루자에 있는 사원은 양쪽 모두의 공격목표가 됐다. 음식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도시에 남아있는 주민들은 최소한의 식량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밤은 저항세력이 지배한다. 그들은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조직을 정비하고 무기와 탄약을 새로 보급받는다.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군을 겨냥해 박격포와 유탄발사기로 공격을 퍼붓는 장면은 지켜볼 수 있었다. 밤에 움직이면 누구라도 표적이 되고 만다. 저항세력은 당신을 미국인으로 알고 총을 겨눌 것이고, 밤이면 도심에 저격수를 배치해 놓곤 하는 미군은 당신을 저항세력으로 알고 제거하려 할 것이다. 정리/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