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좋아 10년째 유학..박사취득 한달前 쫓아내다니"   “단지 한국이 좋아 공부하러 왔을 뿐인데, 제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쫓겨나야 하는지….”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학위 취득을 불과 한 달 앞둔 술탄 훼라 아크프나르(33·여)씨. 이 유학생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스탄불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훼라 아크프나르씨는 터키 앙카라 국립대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한 뒤 1995년부터 서울대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전액 학비를 지원받는 장학생이었고, 석사과정을 거쳐 2년전에는 박사과정을 수료, 곧 박사논문 ‘훈민정음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지난달 말 그녀의 비자가 만료된 것. 지난달 29일 훼라 아크프나르씨는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유학비자 연장신청을 했지만 사무소 직원은 ‘외국인은 학위 수료를 한 뒤 최장 2년까지만 한국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는 법무부 지침만을 들이댔다. 훼라 아크프나르씨는 교육부가 발급한 6개월 장학금 연장 수여서와 지도교수의 의견서도 함께 가지고 갔지만, 직원은 일체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담당자는 서류는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외국인등록증 기간이 끝났다며 당장 비행기표를 끊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지도교수까지 나서 부탁한 뒤에서야 “더 자세한 사유서를 보내면 검토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이미 아크프나르씨의 마음은 한국을 떠난 뒤였다.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창구가 ‘미국인’과 ‘기타 외국인’으로 구분돼 있는 걸 보고 무척 당황스러웠죠. 한 러시아 여성은 ‘한국에 매춘하러 왔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한국에 대한 나쁜 기억을 쏟아내는 훼라 아크프나르씨의 외삼촌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 몸에 총알 14발을 맞으면서도 진지를 지켜내 우리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던 외삼촌의 영향으로 한국을 ‘친구의 나라’로 여겨왔던 그였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뒤늦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계획서를 제출하면 비자 연장을 해주겠다”고 해명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시는 부모님께 한국을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경위를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리는 훼라 아크프나르씨는 그렇게 한국을 떠났다. 김창덕기자/drake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