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예산없어 중단위기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해온 ‘친일인명사전 발간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이 중단될 경우, 정부는 국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친일과거사 청산을 정부 스스로 회피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연구소측은 정부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국민모금운동을 다시 열어서라도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사업이란=정식 이름은 ‘일제하 단체·인물연구 5개년(2002~2006년) 사업’으로 한·일간 과거사 청산과 민족사 정립을 위한 기초 조사 및 연구사업이다. 연구소측은 국회 청원 등을 통해 예산을 요구해 교육부로부터 국사편찬위원회를 거쳐 2002~03년도 예산을 민간경상보조금 형태로 각각 2억원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일제 식민통치기구·협력단체 편람(국내편)’과 ‘일제 식민통치기구·협력단체 편람(중국관내·만주편)’을 각각 발간했다. 올해 추진하려 했던 ‘일제 식민통치기구·협력단체 편람(지방편)’ 발간 사업은 정부 예산 지원 중단으로 차질을 빚었으나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조성된 5억원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연구소측이 이번에 국회에 청원한 예산은 2005년 ‘일제하 주요 인물편람집’ 발간에 필요한 5억원과, 2006년 ‘일제하 단체·인물 전산화’ 작업에 필요한 예산이다. ◇정부, 왜 예산 지원 않나=교육부와 행자부는 2002년 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 한번도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다. 국회의 요청에 따라 나중에 예산을 편성하는 식이었다. 이번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사업의 중복성’이다. 과거사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 9월20일 발효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 진상규명위원회의 성격은 일제 협조자나 강제동원 피해자 조사 등을 해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위원회가 하는 일의 성격이나 내용이 민족문제연구소가 하는 것과 같아 사업이 중복된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연구소측의 입장은 다르다. 조세열 사무총장은 “국가보훈처의 공훈록 발간 사업과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사전 발간사업이 다르듯이 위원회와 연구소가 하는 사업이 다르다”면서 “사업 성격상 계속 사업인데다 연구 성과도 학계나 국회 등으로부터 인정받은 만큼 정부의 지원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시 국민의 힘으로=앞으로 진행될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올해 초 전개된 국민모금운동이 또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 사업에 대한 지원 예산이 누락되자 지난 1월 대대적인 국민모금운동이 전개됐다. 11일 동안 진행된 모금에는 국민 2만5천여명이 참여했으며, 모금액은 목표인 5억원을 초과한 7억여원이나 됐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연구실장은 “앞으로도 정부나 국회 등에 예산 지원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원이 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