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범행” “남다른 가정환경” ? ?    ■불법자금 정치인 솜방망이 선고 사유 보니 “엄벌 마땅하지만 정상참작”단골 참여연대, 유형분류 용두사미형, 인생역전형에서 황당무계형까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일 펴낸 <사법감시> 22호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기소된 정치인들의 판결에서 나타난 선처사유를 이렇게 분류하면서 법원의 ‘깎아주기식’ 판결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사법감시센터가 이름지은 ‘용두사미형’은 범죄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세세히 역설해 놓고는 선처사유를 열거하며 꼬리를 내리는 유형이다. 사법감시센터는 “마땅히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지만 신망받는 법조인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한 점 등을 참작한다”며 항소심에서 감형된 서정우 변호사의 사례를 이 유형으로 꼽았다. 1심에서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가, 2심에서는 “중한 처벌을 면하기 어렵지만, 제반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이상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인생역전형’으로 꼽혔다. 또 설득력없는 이유를 선처사유로 제시한 ‘황당무계형’으로는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감형이 된 서정우 변호사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다른 가정환경”을 감형사유로 제시한 김영일 전 한나라당 의원이 꼽혔다. 사법감시센터는 나아가 △친구가 주는 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테니(신상우) △몰수추징할 것도 있으니(박상규)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므로(서청원) 등 판결문에 나타난 양형사유를 들며 “법원은 선처사유 제조기”라고 꼬집었다. 하태훈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고려대 교수)은 이 책자에서 “송광수-안대희 콤비를 박수치고 달래가며 기소까지 했건만 돌아온 것은 겨우 벌금형 아니면 집행유예 처분이니 이를 지켜본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은 음습한 거래의 달콤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양형 합리화를 위해 양형정보시스템 마련 등 다각적인 제도도입이 필요하며, 항소심에서 양형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