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송유관 거액 복구비 한국 부담 논란   외교.국방부 협상 `문제' 지적..환경오염도 심각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수천억원 내지 수조원에 이르는 낡은 주한미군 송유관 처리비용을 국민 혈세로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녹색연합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사용하다 우리 정부에 넘긴 한국종단송유관(TKP)이 노후화돼 폐쇄후 철거할 수밖에 없지만 지난달 최종 협상을 하면서 복구 비용 분담을 명시하지 않아 복구비 전액을 한국 정부가 부 담하게 됐다는 것. TKP는 전시 주요 물자인 기름을 수송하기 위해 미군이 70년 경북 포항∼경기도 의정부 사이 땅을 무상 제공받아 지하 1.5ｍ 깊이로 총 450여㎞에 걸쳐 묻은 지름 2 0㎝ 내외의 한국 최초의 송유관. 92년 한국 정부로 소유권이 넘겨질 당시 공여지는 국가 소유 75만평과 사유지 8 7만평 등 162만평이었다. 상수원인 한강을 관통하는 서울 강남∼의정부 구간(46km)은 93년 폐쇄됐고 나머 지도 사용한 지 30년이 지나 폐쇄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부식된 관에서 유출된 기름과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 국방부가 96년 송유관 전문업체에 의뢰해 가동 중인 406㎞의 부식 상태를 조사 한 결과 관 두께의 20% 이상 부식된 곳이 평균 555ｍ마다 한곳꼴인 727개소였고 대 도시가 밀집한 경기도 오산∼서울 강남 구간에는 관 두께의 80% 이상 부식된 곳도 2 곳이나 있었다. 2002년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름유출 사고는 92년 이후 16건이나 일 어났고 2002년 이후로도 언론에 보도된 것만 2∼3건 더 발생했다. 폐쇄해도 기름에 절은 관이 남아있는 이상 토양 중금속 오염과 지하수 등 수질 오염이 예상되는 만큼 송유관을 걷어내고 오염된 토양을 복구해야 하지만 책임 당사 자인 국방부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 당시만 해도 산림이나 논.밭이었던 송유관 매설 부지에 고층건물과 도로가 들어서 있어 송유관 제거 공사 등이 간단치 않기 때문.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수도권의 경우 안양 인덕원부터 과천을 지나 강남의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한남대교로 이어지다가 압구정동을 관통한 후 강북으로 넘어간다"며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부근에도 송유관이 묻혀있다"고 말했다. 송유관 제거 등 비용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가의 무단 점유로 사용권이 제한된 사유지 소유자들이 소송을 내면 관련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이미 서울지법은 경주 안강읍 일대 1만여㎡(3천여평)를 소유한 K사가 송유관 때 문에 공장 등을 신.증축하지 못했다며 낸 소송에서 2002년 "국가는 송유관을 철거하 고 최근 5년 간 부당이득금 등 9천800만원과 송유관 철거시까지 매년 1천700여만원 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전시 유성구 구측.전민동 지역 토지소유자 12명도 소송을 내 95년 5년치 사용 료 등 3천700여만원과 향후 매년 토지감정가의 10분의 1을 임대료로 받게 됐으며 유 성구청은 96년 구민들을 대신해 정부측에 사유지 점용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최 의원은 "정부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의 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송유관을 한국과 주한미군이 함께 사용한 만큼 토양 복원 등 사후 처리 비용 도 나눠서 부담해야 하지만 정부가 미국과 협상하면서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한국 정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게 최의원의 지적이다. 특히 92년에는 미군 시설을 무상으로 넘겨받는데 급급해 환경오염을 신경쓰지 못한 것은 물론 외교통상부가 지난달 9일 TKP에 대한 최종 처리라고 할 수 있는 '주 한미군 유류지원 체계 전환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 최의원은 "외국과 조약을 체결할 때 국민의 부담이 예상되면 국회 비준을 받아 야 하는데도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실무선의 합의각서로 처리한 것은 위헌"이라 며 "국회 동의도 없이 합의서에 서명하는 바람에 주한미군이 나눠 부담해야 할 천문 학적인 액수를 국민세금으로 고스란히 지출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최의원을 비롯, 열린우리당 이목희.임종인 의원은 20일 오전 정부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비공개 간담회 후 정부 책임을 추궁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국감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서 국장은 "외교.국방부가 TKP 문제를 다루면서 보여준 무사안일함은 어이가 없 을 정도"라며 "TKP 문제를 철저히 따져 앞으로 잇따를 주한미군 기지.시설 반환 협 상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의원은 "정확한 실태 조사 후 한국과 미군 간 사용량을 기준으로 책임을 분담 할 수 있도록 TKP 문제를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