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들의 피눈물이 쇼란 말인가” 정대협, 이영훈 교수 위안부 모욕 발언에 경악…교수직 사퇴요구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가 일제시대 군위안부를 한국전쟁 뒤 미군부대 주변과 도심 한복판의 성매매와 맥락이 닿아 있다는 등 군 위안부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또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법률에 의해 국가가 특정인을 경계 지우고 죄인으로 몰아가면 안된다”면서 “한국인 위안소 업소와 위안소를 이용한 한국사람들이 자기고백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2일 밤 <문화방송> ‘100분 토론’의 과거사 진상규명 토론에 ’진상규명반대’쪽 패널로 참석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100분 토론은 찬성쪽 패널로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나왔고 반대쪽에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과 이영훈 교수, 우종창 <월간조선> 편집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은 끝장토론에서 약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제가 된 이 교수의 발언은 군위안부와 관련한 과거사 책임문제를 언급하면서 터져나왔다. 이영훈 “한국전쟁때도 위안소 있었다. 이후엔 미군상대 위안부도 있었다” 이영훈 교수는 “‘친일진상규명법’개정안을 보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적극 협력한 자'를 대상에 포함시켜 동원에 참여하거나 이들을 관리한 업소주인들을 찾아내겠다는 것인데 이 범죄에 대해 자발적인 자기 고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는 1939년 일제 징용령이 발동해 약 11만명의 군이 일본군에 참전했고 그 중에 다수의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대체로 (위안소에) 갔다왔다”며 “많이 이용했고 누가 고백한 적이 없는데 몇 사람 추려서 범죄자라고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역사청산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 어떤 연구자가 한국전쟁 때 위안소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뒤 한국 정부의 합법적인 지원아래 미군들의 위안부가 수십명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자인 손석희씨가 “정신대 문제를 성매매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정신대 문제와 한국전쟁과 해방 이후의 한국에 존재한 미군 위안부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그런 인식이라면 대단히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금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여자를 쇼윈도우에 가둬놓고 성매매를 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며 성매매와 군위안부 문제를 연관시켰다. 이어 이 교수는 “법률에 의해 국가가 특정인을 경계 지우고 죄인으로 몰아 나머지를 역사의 원죄로부터 면죄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학자 입장에서 볼 때 역사의 진정한 청산이 이런 식으로 법률적으로 구획짓기, 경계짓기, 사회 추방하기로 되어서는 안된다”고 과거사 진상규명을 비판했다. 이 교수의 이같은 발언은 ‘정신대가 돈벌기를 목적으로 한 공창’이라는 일본 우익쪽의 주장과 맥락이 닿아 있어 찬성쪽 패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송영길 의원은 “일제 시대 정신대와 지금 미군부대의 문제를 등치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본우익이 지금도 주장하는 것은 군위안부가 총독부와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종의 공창의 형태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일본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며 “문제의 핵심을 흐려놓고 있다. 지식인들이 그런 비겁한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에 역사가 청산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법률적으로 재단하면 실체가 흐려지고 오히려 소수사람이 희생되고, 위안소를 사용한 병사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정대협 “이영훈교수는 사과하고, 서울대는 이 교수 파면하라”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3일 성명을 내어 서울대쪽에 이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대협은 “이영훈 교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몰 역사적 발언에 대해 즉각 피해자와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하고 교수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이 교수의) 발언은 최근 일본에서도 우익 중의 극우익에서나 나오는 주장이며, 우익에서 발행하는 잡지에나 나올 듯한 주장이다”면서 “한국의 일류 국립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위안부 인격을 모독하고 상처를 입혀 명예회복을 바라는 피해자들의 숨통을 끊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게시판도 이 교수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로 넘쳐났다. <문화방송> ‘100분 토론’ 자유게시판은 방송이 나간 뒤 3일 오후까지 4500건의 네티즌 ‘의견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서정림’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교수가 이런 망언을 하다니...도대체 어처구니가 없다. 보고 또 봐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런 사람을 보니 정말 과거사 청산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국가적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디 ‘박정관’은 “명색이 학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해도 되는거냐?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리는데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이교수 조상부터 친일행적 철저히 조사해야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아이디 ‘한정윤’은 “당신의 눈에는 일본의 학자들의 말은 모두 진실이고 정신대 할머니들의 눈물은 모두 쇼로 보인단 말인가”라며 “당신은 그토록 일본 방방곡곡 일제 학자들이 만들어놓은 자료들은 찾으러 다니면서, 죽어도 씻지못할 악몽에서 평생을 피눈물로 살아오신 그분들의 이야기는 한번이라도 들어본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서울대 양동휴 교수 "공부 더하든지, 칼로 나와 이영훈을 찔러라" 게시판서 옹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홈페이지에서도 이 교수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뜨거웠다. 특히 실명게시판에 이 교수의 동료인 양동휴 교수가 올린 글이 논란이 됐다. 양 교수는 “나도 다 보았는데 (다른 패널들은 모두) 지리멸렬이고 이영훈이 군계일학이다”이라며 “사학적, 정치학적, 경제학적 모든 면을 꿰뚤어볼 뿐 아니라 온갖 사료에 대한 분석을 스스로 나타내는 최고 수준의 학자임을 보였다”고 이 교수를 두둔했다. 또 “리플 단 학생들은 어떤 좋은 중학교, 고등학교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역사교육을 다시 받지 않고는 조금 곤란히겠다”며 “공부를 하든지 칼을 들고 와서 이영훈선생과 나를 찔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 김민준씨는 “공부를 더 하고 비판하라는 말은 지식인 특유의 거만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많이 배웠고 많이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입을 닥치고 있으라는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교사라는 박대훈씨는 “공부할만큼 했고, 한국근대사를 공부해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면서 “대한민국은 당신과 이영훈 교수같은 지식의 쓰레기더미를 안고 사는 지식인들이 살기엔 너무 좁은 곳”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