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기금 ‘뇌물사슬’ 정통부-전자통신연-중기청-세무서 줄줄이 뒷돈 10조원 규모의 정보화촉진기금을 배분·지원하는 과정에서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간부 등이 벤처기업들에서 비상장 주식과 현금 등 뇌물을 받았다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벤처업계의 로비는 정보화촉진기금 조성·감독기관인 정통부와 집행을 맡은 전자통신연구원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중소기업청, 세무서, 금융기관에까지 전방위로 뻗져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업선정 대가 주식챙긴 정통부 국장등 19명 구속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주임검사 주영환)는 1일 정보화촉진기금 지원사업 선정과 관련해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벤처기업 ㅇ사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받아 2억3천만원 가량의 이득을 챙긴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정보통신부 임아무개(46·3급) 국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연구용역 발주와 납품 등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ㅇ사 등에서 1500만~4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아무개(47)씨 등 전 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6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벤처기업인 ㅈ사 대표 신아무개(59·구속)씨한테서 코스닥 등록과정의 편의제공 대가로 비상장 주식 7000~1만8200주를 싼값에 사들인 뒤 2600만~2억9000만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로 전자통신연구원 박아무개(57) 본부장과 정통부 4~6급 직원 8명 등 모두 12명을 구속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중소기업청 5급 공무원 양아무개(48)씨는 ㅈ사에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등의 대가로 ㅈ사 주식 4800만원 어치와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ㅅ세무서 6급 공무원 나아무개(52)씨는 ㅈ사의 법인세를 감면해 준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각각 사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코스닥 등록 과정에서 대출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하고 ㅈ사한테서 주식 1만여주를 싼값에 사들여 4천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시중은행 지점장급 임원 홍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3개 벤처기업 대표 가운데 미국으로 도주한 ㅇ사 대표 장아무개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미국 쪽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10여개 벤처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은 우편자동화기기인 바코드 검증기를 납품하는 대가로 우편집중국 간부까지 로비 대상으로 삼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로비 수단으로 일회적인 효과밖에 없는 금품이나 향응 보다는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사용함으로써 뇌물을 받은 쪽에서 해당 회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지속적으로 편의를 제공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