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담배가 훨씬 더 해롭다"      5년간 계속되고 있는 담배소송과 관련, 원고측이 16일 국가와 담배제조사가 인체 유해성부터 경제적 피해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내부자료 464건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국산 담배가 외국산보다 유해하다는 사실이 확인돼 국산 소비를 주장해왔던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로서는 이중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담배소송 원고 측이 공개한 KT&G 자료에 따르면 니코틴 함유량에서 국산은 2.34∼3.00%로 나와 국내 최저치가 미국의 최대치보다 0.2% 높았다. 필터의 흡착 능력은 국산이 타르 35% 니코틴 30%였지만 외국산에서는 이보다 높은 타르 42%, 니코틴 38%까지 나왔다. 담배가 타는 속도도 국산은 30㎜에 2분씩 느려 흡연 횟수와 흡연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KT&G는 여성과 어린이의 간접흡연 피해 등 금연단체들이 주장해온 각종 유해성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발간된 흡연위생 연구과제 최종보고서에는 “간접적인 담배연기가 직접 연기보다 많은 유해성분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일상생활 중의 담배연기로 인해 미국에서만 한 해 3000명이 폐암에 걸린다’ ‘흡연 부모를 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기관지 반응도에서 3.6배, 아토피성 성향에서 2.2배 높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자세히 인용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국내 흡연구역의 환기가 불량해 간접적인 담배연기를 신속히 제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용면에서는 미국에서만 해마다 40만명이 숨지고 의료비용으로 500억달러가 든다고 구체적으로 인용했다. 니코틴과 타르 등이 흡연자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50년 전쯤부터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매청이 1958년 발간한 ‘연연’ 창간호는 “니코틴은 동물의 신경을 마비하는 작용이 있고 분량이 과다할 경우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78년 시험연구보고서에서는 “담배를 열분해할 때 생기는 타르와 PAH(다핵방향족 탄화수소) 등이 암유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자료 공개로 담배소송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99년 6명의 폐암환자들과 가족들의 제기로 담배 소송이 시작됐다. 원고와 KT&G측은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다퉈왔고, 원고측이 최근 재판부를 통해 KT&G의 내부 연구보고서를 받아내 이날 공개한 것이다.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미국의 담배소송에서 흡연 피해자가 승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94년 담배회사들의 내부 비밀자료가 공개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KT&G의 내부 연구자료가 제출된 이상 올해 안에 재판이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소송의 직접 당사자인 원고들이 순전히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 오히려 원고를 상대로 진행 중인 신체검증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이들이 순전히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는지 입증해야 한다. 게다가 신체검증 자료 결과 원고들의 폐암과 흡연의 인과관계가 성립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범준기자/weiv@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