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사업’ 2009년까지 또 연장신청      [한겨레] ‘500억모금’ 전망없자 규모 축소…정부 난색 시민단체 “국고 지원 철회해야” 박정희기념사업회(회장 유양수)가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 기간 연장을 지난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요청하고, 전체 사업비의 60% 이상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것을 뼈대로 한 축소 계획안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행자부 고위관계자는 10일 “지난 3월 박정희기념사업회가 오는 2009년까지 사업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해왔다”며 “행자부는 ‘올 10월인 사업기간 만료 시점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연장을 검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념사업회가 이번 정부에서는 사업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해 노무현 정부 이후 야당의 집권을 기대하며 사업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념사업회는 지난 2002년 2월 사업만료 시한을 10여일 앞두고 기습적으로 정부로부터 사업기간 연장을 받아내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산 적이 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달 2일에는 박정희기념관의 전체 사업규모를 709억원에서 215억원으로, 기념관 건립 비용을 214억원에서 152억원으로 줄이고, 건립지역도 서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로 옮기는 것을 승인해 달라고 행자부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자부 관계자는 “국민모금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기념과 규모를 줄여 사업회 모금액(102억원)과 정부 지원금 208억원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민 모금 500억원과 정부 지원금 208억원으로 기념관을 짓겠다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정부지원금이 총사업비의 60%에 이르게 된다. 기념사업회의 애초 사업계획은 국민모금 500억원, 국고지원 208억원 등 모두 709억원(이자수입등 1억원 포함)을 마련해 기념관 건립에 214억원을 쓰고, 나머지는 운영비(300억원), 생가보존(160억원), 경상비(35억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민모금액 102억 중 90억원이 주요 경제단체에 집중돼 국민모금이라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0억원은 2001~2003년 전경련이 50억원, 무역협회 10억원, 대한상의 10억원, 엘지 10억원,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5억원, 이아무개 전 신한은행장이 5억원을 내 마련됐다. 12억원은 지난 2000년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1만여명의 시민들이 돈을 내 마련됐으며, 올해 상반기 모금에는 315명이 참여해 380만원을 모았다. 손원호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사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사업 축소안은 행자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검토 단계로 확정된 안이 아니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나 박정희기념사업회에 끌려다니기는 마찬가지”라며 “즉각 208억원 국고지원 방침을 철회하고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태영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박정희기념사업도 문제지만 이를 추진하는 사업회의 도덕성은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제4근린공원 안에 설립이 추진 중인 박정희기념관은 지난 2002년 1월 착공돼 같은해 6월 기초 토목공사만 마친 뒤 중단된 상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