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기금 사용 비리 조직적 비호 의혹 [노컷뉴스 2004-08-06 07:13]    코스닥 등록 기업 중에 유니와이드 테크놀로지란 회사가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로 문제가 불거진 정보화촉진기금 비리의 중심에 있는 회사이다. 정보통신부 고위 간부들이 지난 2000년 2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최소 1년반 이상 이 회사를 조직적으로 비호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감사원의 정보화촉진기금 감사 결과 2000년 2월 당시 정통부 기술정책과장이었던 임모씨는 유니와이드 테크놀로지 정모씨에게 정보화촉진기금 사업 가운데 2000년도 2차 선도기반 기술 개발 사업 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대가로 이 회사의 미등록 주식 500주를 자신의 형수 명의로 교부받아 1억1296만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임씨를 4일 지명수배했다. 이 회사는 임씨로부터 받은 정보로 '광채널 제어기 칩'개발 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2000년 6월 14억4000만원의 정보화촉진 기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기금은 2개년에 걸친 계속 사업 방식으로 지원됐다. 즉 1차년도 연구 실적을 평가해서 2차년도 사업비 계속 지원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2001년 5월 이 회사의 기술 개발 실적을 두차례에 결처 평가한 결과 2번 모두 불량 판정이 내려졌다. 유니와이드는 즉각 이의를 신청했으나 2001년 6월 진흥원 평가위원회는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넉달 뒤인 2001년 10월 유니와이드에 대해 2차년도 사업비 8억원이 또 다시 집행됐다. 당초 2차년도 사업비는 18억원이었으나 이 중 10억원이 삭감되고 8억원만 지원됐다. 당시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관계자는 "정통부 김모 차관의 지시로 손모 국장과 임모 과장이 나서 진흥원 고위 관부에게 압력을 가해 평가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과기노조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지부 관계자가 2001년 7월 청와대와 감사원에 유니와이드의 문제를 비공개 민원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감사원은 민원을 정통부로 내려보냈고 정통부는 다시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내려보냈다. 진흥원측은 민원을 제기한 노조 관계자에게 압력을 가해 2001년 9월 민원이 취하되게 된다. 당시 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공개로 제기한 민원이 청와대와 감사원, 정통부를 거쳐 진흥원에 모두 공개됐다. 진흥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조직을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냐며 민원 취하를 종용했다. 민원을 제기할 때는 문제 개선 의지가 있었으나 막상 민원 제기자의 신원이 공개되고 보니 주변 시선이 따가워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도 손모 국장과 임모 과장의 압력이 있었다. 민원이 문제 당사자의 손에 다시 넘어가게되는 것을 보니 허탈했다"고 말했다. 손모 국장은 민원이 제기된 당시에도 유니와이드에 금품을 수수하는 강심장을 드러내게 된다. 손 국장은 2001년 8월 유니와이드 정모 대표에게 2차 사업년도에도 기금 지원이 계속되게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손 국장과 정모 대표는 이런 사실이 이듬해 4월 서울지검 특수2부의 수사망에 포착돼 구속됐다. 하지만 당시 임모 과장은 중국 대사관에 파견 근무 중이어서 수사가 중지되게 된다. 임 과장의 중국 대사관 파견 근무와 관련해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의도된 피신 인사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1년 7월 진흥원 노조에서 민원을 제기하자 관계자들의 조사가 이뤄질 경우 여러가지 비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김모 차관의 주도로 2001년 9월 임 과장을 중국 대사관 파견 근무로 발령하는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고 말했다. 손모 국장은 같은해 9월 정보통신 정책국장직에서 물러나 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좌천됐다. 또 다른 정통부 관계자는 "2001년 당시에는 3조원에 가까운 정보화 촉진기금이 모두 기술정책과를 통해 집행됐다. 김모 차관이 기획관리 실장에서 차관직에 오른 것은 2000년 2월로 이후 3월까지 김 차관, 손 국장, 임 과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구축됐다. 이들 세명은 유니와이드건 뿐 아니라 정보화 촉진 기금 집행 상당 부분에 개입해 이권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의 감사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의 축소된 감사"라며 "2년전에 이미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을 다시 되짚은 것 뿐이다"라고 김모 차관의 연루 사실을 감사원이 의도적으로 덮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김모 차관은 DJ 정권초기 실세였던 H모 의원과 중학교 동기 동창으로 정권이 바뀐 뒤 기획실장, 차관으로 승진하며 당시 정통부는 물론 다른 부처 장관들까지도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권력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진대제 장관 취임 이후 정보화촉진기금 운영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기금 운영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며 임모씨는 당초 2004년 12월이 중국 대사관 파견 임기였으나 비리 연루 직원을 대사관에 계속 근무하게 할 경우 문제 발생 소지가 있어 2004년 2월 전격 소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J 정권 당시 김모 차관의 인맥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일로 인해 2,3년이 지난 지금 정통부 조직전체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조직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당시 비리의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는 이와 관련해 4일 정통부 국장급 간부 임모씨를 수배한데 이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정보통신연구 진흥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비리의 몸통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BS경제부 한준부기자 hjb@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