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국정원 요원이 영화 제작진과 접촉하는 장면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돼 국정원과 영화제작진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입국이 금지되고 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경계도시>의 홍형숙 감독과 강석필 프로듀서는 25일 “지난 21일 서울독립영화제 2002에서, 국정원 요원 2명이 강 피디와 만나는 장면 4분이 포함된 영화의 풀버전을 상영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함께 “영화 상영 사실이 알려지자 24일 밤 해당 국정원 요원이 초상권 침해, 내용 왜곡 등을 들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나름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전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해 8월 영화제작진과 국정원 요원 2명이 만나서 나눈 대화로, 국정원 요원들은 국가보안법을 거론하며 사실상 영화의 제작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현행법상 문제가 되면 영화가 폐기처분 될 수 있고, 송교수나 ‘빨갱이’들의 전략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전부터 간접적인 경로로 국정원의 ‘관심’을 전달받고 있었던데다, 당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이 장면을 몰래 촬영했으며, 이후 영화에 삽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몰래 촬영한 것은 국가권력에 대한 개인의 자기방어 수단이었으며, 만일의 경우 증거자료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위협으로 판단했던 만큼 영화 상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경계도시>는 지난 11월 열렸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이 장면들이 삭제된 채 상영됐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