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을 사흘 앞두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의회가 지역 경제계에 반대 의견 발표를 종용하는가 하면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편법으로 반대 결의안을 의결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회가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발벗고 나서 시민단체 등의 비난을 사고 있다.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수원상공회의소 등은 16일 경기도 한현규 정무부지사가 최근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부당성 설명과 함께 ‘경제단체가 나서 회원사들을 상대로 여론을 수렴해 반대성명을 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인천상공회의소 등 인천지역 경제단체들도 이날 한나라당 소속인 신경철 인천시의회 의장이 최근 한 경제단체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이 이전하면 지역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며 “경기도에 있는 경제단체들도 반대 성명을 내기로 했으니 성명을 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 경제단체는 행정수도 이전이 대선에서 민감한 쟁점이 되고 있는 시점에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한쪽 입장만을 밝힐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 공방을 불러일으킨 서울시의 15일 행정수도 이전 비용 발표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지시로 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졸속으로 조사해 비용을 부풀려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16일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처음 거론된 2주 전쯤에 시정연에 수도 이전 비용 등 관련 사항들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시정연이 제시한 이전 비용 54조원에는 민간건설비용 25조여원 등이 포함돼 부풀리기 의혹을 사고 있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개발 비용을 3600억원으로 추산하며 “주변 재개발은 민간부문에서 이뤄질 몫”이라며 공공기관의 투자액수에 민간부문 투자를 포함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인천시와 경기도 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편법으로 임시회를 열어 행정수도 이전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켜 시민단체한테서 지방자치단체·의회를 선거운동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 주도로 임시회를 열고 “수도권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수도권 및 국가경제가 파탄된다”며 ‘수도 이전 결사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어 수도 이전 반대를 결의했다. 그러나 이날 결의안 채택은 회의 소집을 최소한 7일 전에 공고하기로 한 의사규칙 등을 무시한 것으로 지적된다. 경기도 의회 소속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물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본회의 참석 직전에 결의문 채택건이 올라온 것을 알았다”며 절차와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도 의회는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발의했던 여중생사망사건과 관련한 결의안을 7일 전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시회의에서 무산시켰다. 이런 자치단체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어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국가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서울시장과 수도권의회 의장, 서울시의원들이 자신을 선출해준 시민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직위를 이용해 집단적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김영환, 수원/홍용덕,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