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던 노숙자 쉼터와 무료급식소 등 소외복지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폐쇄 위기를 맞고 있다.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에 따른 주민 반발과 민원을 의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눈치행정,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맞물려 어려운 이웃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13일 낮 12시 경기 군포시 재궁동 충무아파트 2단지 임대아파트내 노인정에서 250여명의 노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마지막 식사를 함께 나누고 재회를 약속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 아파트가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되면서 입주민들이 급식소 이전을 요구, 이 날짜로 무료급식소를 폐쇄한다고 군포시가 밝혔기 때문이다. 이 급식소는 군포시의 위탁을 받은 군포성당이 1998년부터 하루 200여명의 노인들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해왔다. 군포성당 사목회 김영복 회장은 “대부분 혼자 사는 노인들이 어디에서 끼니를 해결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사동 청소년시설 부지에 있는 노숙자 쉼터도 주민들의 반대로 15일 폐쇄된다. 98년 9월 본오동 노인정에 문을 열었던 이 쉼터는 민원 때문에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이전했으나 1년여 만에 다시 폐쇄되는 곡절을 겪은 것이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백모씨(62)는 “갈 곳이 없는데 이 추운 날씨에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인천지역의 경우 4곳의 노숙자 쉼터 가운데 ‘산돌공동체’가 지난해 폐쇄된 데 이어 ‘동구 내일을 여는 집’ 역시 올 연말 문을 닫는다. 지난달에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인력시장을 찾아오는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98년 8월부터 아침을 제공해온 무료급식소가 폐쇄됐다. 성남시가 동사무소 신축을 위해 급식소가 있던 회의실을 철거, 이전부지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구직자 150∼200여명이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해왔다. 일용직 근로자 권모씨(65·여)는 “일감을 구하지 못하는 날은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른 일거리를 찾곤했는데 급식소가 폐쇄된 후 아침을 굶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99년 1월에 설치돼 현재 640여명의 노숙자가 머물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자유의 집’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전을 요구하는 토지소유주와 인근 주민들을 서울시가 가까스로 설득, 올 겨울은 넘길 수 있게 되었지만 내년 봄까지 이곳의 노숙자들은 시내 곳곳의 유사시설로 뿔뿔이 흩어질 처지에 놓여 있다. 이곳에 온지 넉달째라는 임모씨(46)는 “노숙자들이 동네를 더럽힌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노숙자들에게는 한끼니의 밥보다 주위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안산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진생도교회 민백주 목사(67)는 “IMF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갈곳 없고 굶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눈에 거슬리고 민원이 제기된다고 어려운 이웃을 거리로 내몰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계식 ‘자유의 집’ 기획관리실장도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시설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의형·한동훈기자 ehse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