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운동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신문은 평소 평화운동을 펼쳐온 반전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등에 그치지 않고 교회와 업계, 9·11 동시테러 희생자유족단체, 걸프전참가 군인단체 등 다양한 부류가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인상적인 모임은 지난 8월 조직된 ‘전쟁을 반대하는 어머니들’이다. 몇천명의 지지자들을 둔 이 모임 핵심구성원 50명의 대부분은 70대 할머니다. 이들은 시위도 계획하지만 인터넷으로 주요 언론에 나지 않는 이라크 관련 소식을 전파하고 반전 전자우편을 보내느라 하루 몇시간씩 컴퓨터 앞에 매달린다. 1970년대 베트남전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반전운동이 조직되는 데 몇년씩 걸린 당시에 비해 지금은 공감대가 훨씬 빨리 확산되고 있다는 데 상당히 고무돼 있다. 가톨릭에 이어 5천만명의 신자가 있는 36개 개신교·정교 교파 연합체인 전국교회협의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협의회는 지난달 연례회의에서 가톨릭 주교회의의 반전성명 채택을 지지하면서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오는 8~15일을 ‘평화만들기 주간’으로 설정해 전국적으로 시민불복종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부시 대통령이 소속된 감리교를 포함해 보수적 교파들도 적잖이 포함돼 있다. 또 시카고에선 1일 기독교·이슬람·유대교 최고지도자협의회가 84년 결성된 이후 처음으로 국가적 문제에 대한 공식성명을 내고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전쟁반대 촉구 서한을 채택했다. ‘ 지각있는 우선순위를 위한 기업지도자들’을 창설한 벤 코언 벤앤제리아이스크림 최고경영자는 이번에 시민불복종 행사에 참여해 경찰에 체포당하는 것을 불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내 70여개의 단체가 현재 ‘평화를 위한 단결’(unitedforpeace.org)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라크 침공반대를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워싱턴 백악관 부근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다양한 반전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