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주택 개발업체인 (주)세경진흥 김선용 부회장은 2일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쪽에 22억원의 선거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7년 11월5일과 13일, 12월2일 이 후보 쪽에 전달한 것”이라며 자기앞 수표 3장(4억원)의 번호, 금액 등이 적힌 자료와 약속어음 4장(18억)의 사본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김씨는 “97년 11월5일 세경진흥 회장인 이아무개씨를 통해 이 후보 동생 이회성씨에게 자기앞 수표 2억원을 전달했고, 11월13일에는 소공동 롯데호텔 이 후보의 캠프사무실에서 이씨와 서상목 의원 등 10여명이 있는 자리에서 19억원을 전달했다”며 “12월2일엔 수표 1억원을 이 후보의 요청으로 여론조사 기관에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애초 한나라당과 미국의 선거 전문가 슈 메이트, 딕 모리스가 이 후보 선거캠페인 용역 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한 뒤 세경진흥이 용역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선거자금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막판 계약 체결을 포기하고 직접 이 후보 쪽에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에 따라 세경진흥의 자회사인 ‘아이에스디’(ISD)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수표와 어음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또 “이 후보의 측근들은 거액의 자금을 제공받고서도 기양건설 김병량 회장을 비호했고, 기양건설은 세경진흥이 추진하는 한남동 단국대터 개발사업마저 탈취하기 위해 온갖 모함과 방해를 벌였다”며 “한나라당에서 계속 진실을 왜곡한다면 세경진흥에서 이미 지급한 원금 반환청구 소송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제기해 법원을 통해 모든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는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김씨는 물론 세경진흥의 이아무개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롯데호텔에서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자리에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느냐”고 부인했다. 서상목 전 의원도 측근을 통해 “그런 사람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검찰이 이 사건으로 1년 이상 수사를 했지만 그때도 나오지 않았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김수헌 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