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6곳조사...병원반대로 일반에 공개안돼 국내 유명 의료기관의 심장수술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 수술 중 사망 확률에서 최고 7배 가까운 격차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병원들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정보의 공개를 통해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권영대 교수와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신영수 교수 등이 지난 98년 100건 이상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을 시행한 서울과 지방의 유명 대학병원 중 수술 자료를 제공한 6곳을 대상으로 수술 중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최저 2.7%에서 최고 15.7%까지 크게 차이가 났다. 이 수술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막힌 환자들에게 환자 자신의 허벅지 등에서 떼어낸 혈관으로 막힌 혈관을 대체하는 수술로, 심장수술 중 가장 어렵고 사망확률이 높은 수술이다. 국내에서는 20여 개 병원에서 연간 2500여 건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 교수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의 연령이나 성별, 병의 중한 정도, 응급상황 유무 등과 같은 ‘위험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의 단순 사망률은 평균 6.7%였다. 병원별로는 A병원(2.7%)과 B병원(2.9%)은 평균을 훨씬 밑돈 데 비해, E병원은 15.7%나 됐다. 또 수술에 따르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 등을 감안해 평가하는 CSI(Computerized Severity Index) 방법으로 조사했을 때, B병원 사망률은 평균값의 34.7%, D병원 55.2%, A병원은 58.3%로 수술성적이 매우 우수했다. 그러나 C병원(128.9%)과 F병원(122.6%)은 평균 이상 사망률을 나타냈으며, E병원은 193.4%로 사망률이 평균의 두 배 가까웠다. 연구팀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지난해 대한예방의학회지에 발표했지만, 병원들 반발 등의 이유로 병원의 실명은 밝히지 못했다. 권영대 교수는 “B병원이나 D병원, A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는 매우 다행이지만, 운이 나빠 E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는 의사의 실력 부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등에선 위험요인 등을 감안해 병원과 의사의 실력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개발돼 있으며, 민간기구 등에서 이 실력을 평가해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병원들의 자료제공 거부 등으로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료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권 교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환자 사망 확률이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의사나 의료기관에는 수술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林昊俊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