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씨(C)양 ‘성폭행 몰카’ 본지 단독확인” 지난 9월17일치 ㄱ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한 머릿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오랜 무명생활을 견디고 스타로 발돋움해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톱탤런트 C양의 강간 비디오가 존재하는 사실이 본지 기자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며 비디오 내용을 상세히 묘사했다. 이 스포츠신문은 다음날 “C양 누구냐 문의 폭주 몸살” 등의 제목으로 “인터넷에서는 이 비디오에 대해 궁금해하는 네티즌이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각종 정보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도했다. 이후 성인사이트들은 경쟁적으로 ‘C양 몰카’ 스팸메일을 보내고 있고, 다른 스포츠신문들은 한 여성연예인이 ‘음독자살설’ 등 악성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며 C양이 누구인지 암시했다. 스포츠신문의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적 보도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마약 혐의로 체포됐을 때 남성연예인과 여성연예인에 대한 보도행태는 명확한 대조를 보인다. 지난해말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여성연예인 ㅎ씨의 경우 ‘성집착 ㅎ씨 의혹증폭’ ‘복잡한 사생활 일낼 줄 알았다’ ‘ㅎ씨 왕내숭’ 등의 제목으로 마약복용 사실을 넘어선 사생활 문란 문제로 몰고갔다. 반면, 같은 시기 마약 혐의로 구속된 한 남성 가수의 경우, ‘중압감 이기지 못해’ ‘통한의 철창눈물’ 등의 제목으로 그의 반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당시 4개 스포츠신문의 ㅎ씨 보도에 대해 ‘개인의 인격을 파괴함을 물론 최소한의 사생활을 짓밟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신문의 품위를 훼손하였다”고 공개경고를 명령했지만, 이후에도 스포츠지는 인기 여성연예인에 대한 근거없는 ‘섹스 비디오’ ‘성폭행 비디오’설을 유포하고 있다. 스포츠지의 만화와 연재소설 등에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선정적인 성폭력 묘사가 난무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7월19일부터 한달 동안 5개 스포츠신문의 연재만화·소설을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5개 항목으로 분석한 결과, 굿데이 82건, 스포츠조선 80건, 스포츠서울 56건, 스포츠투데이 39건, 일간스포츠 2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마련한 ‘여성비하 일색 스포츠신문 정책토론회’에서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스포츠신문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스포츠신문의 포르노그래피:표현의 자유인가 여성인권침해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한국여성개발원 정숙경 책임연구원은 만화나 사진 등에서 “단순한 성기·성행위의 묘사와 성적 입장의 표명을 구분해 남성의 성적 만족이 여성 혹은 아동에 대한 폭력, 학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금지”할 것을 주장했다. 여성을 성적 상품으로 묘사하거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성적 쾌락을 느끼는 것으로 묘사한 경우, 여성을 성적 노예나 본래 매춘부인양 묘사되는 경우를 그 예로 제시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주성진 간사는 지난달 18일부터 2주일 동안 네티즌 433명(남성 49% 여성 51%)을 상대로 스포츠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포츠신문이 1면에 게재하는 여성의 반라 또는 비키니 차림의 사진 등에 대해 응답자의 90%가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스포츠지에 실렸던 여성 팬티를 보고 흥분하거나 여성의 치마를 들추는 남성들의 만화컷을 제시하자 이에 대해 응답자의 94%가 ‘여성들이 본다면 여성인권모독에 대한 분노심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김아리 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