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사환으로 일하던 16살 소년이 16년 만에 같은 신문사 대표이사로 변신한다. 영화배우 남궁원씨의 아들이자 미국 하버드대 우등졸업으로 잘 알려진 홍정욱씨(32)가 대표로 있는 투자 및 인큐베이팅 전문회사 (주)IKR카리아(이하 카리아)는 지난 4일 지분 49.97%를 소유하고 있는 (주)신동방 및 담보권을 갖고 있는 대한종합금융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코리아헤럴드(KH)·내외경제신문(대표 김경철)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대표는 “주식양수도 대금 48억원 납부를 이미 끝냈으며 부채 3백77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KH·내경 인수에 합의했다”며 “2주 후 열리는 주총 및 이사회를 거쳐 경영권을 순조롭게 이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홍대표 개인 자산과 부모의 도움으로 대부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표가 표면적으로 밝히고 있는 언론사 인수 배경은 “어릴 때부터 언론에 관심이 많아 학창 시절에 대학신문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향후 지식정보산업의 근간은 언론이라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17살 때부터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을 읽기 시작해 지금도 여러 매체를 동시 구독할 만큼 언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했다. 1993년 발행된 그의 자서전 ‘7막7장:멈추지 않는 삶을 위하여’에도 고등학교 신문사 편집장 경력과 NBC수습기자로 서울올림픽을 취재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서는 그의 이번 언론사 인수가 단순한 언론에 대한 관심만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정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그의 정치적 야망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홍대표는 이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정치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그것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KH·내경 인수가 나의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는 예측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기업으로서, 또 언론사로서 KH·내경을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지 이를 바탕으로 다른 일을 계획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16살 때 1개월 동안 사환으로 일했던 헤럴드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오랜 기간 KH·내경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사 대표로서 그가 지향하는 언론경영 철학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언론사는 그 속성상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적기관 성격과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공적기관 성격이 혼재하고 있어 두 가치 사이에 끊임없이 충돌이 발생한다. 언론사의 소유구조에 따라, 매체의 종류에 따라, 또 사주의 언론철학에 따라 이런 충돌의 조율 양상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그 결과에 따라 언론매체에 대한 평가 또한 현저히 달라진다. 확고한 편집권 독립으로 공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매체가 있는가 하면 지난번 총리서리 인사청문회 때 일부 경제신문 기자들이 광고 유치에 동원된 사례가 불거져 언론윤리 문제가 야기된 데서도 알 수 있듯 수익창출을 우선시하는 매체도 있다. 이에 대한 홍대표의 답변은 신중했다. “물론 언론의 공익성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러나 언론도 기업인 이상 기업의 명분은 결국 수익창출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무시하면서까지 수익을 꾀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교과서적인 답이 되겠지만 결국 공익성 추구와 수익창출 사이에 이상적인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홍대표는 내경의 경우 조만간 경영개선위원회, 편집위원회 등을 구성해 내년 3월까지 지면의 내용이나 형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아직까지 경제신문이라 하면 학생, 부녀자, 장년층이 구독하기엔 어려운 매체인만큼 고급경제정보를 대중이 알기 쉽도록 풀어놓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KH에 대해서도 홍대표는 “이제 영자신문 구독층이 다양해졌고 영자매체도 경쟁시대에 접어든 만큼 편집의 특성 강화와 기사의 신속성, 경제면 강화 등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홍대표는 하버드대 졸업 이후 중국 베이징대 대학원과 미국 스탠퍼드대 법과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합병(M&A) 전문변호사로 일했고 IT기업을 경영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귀국해 공익근무요원으로 6개월간의 병역의무를 마친 뒤 KH·내경 인수작업을 벌여왔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