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양심까지 징계할 수는 없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 30일째. 보도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제작거부에 돌입한지 35일째를 맞아 우리는 비장한 심정으로 다음의 결의를 밝힌다. 박성호 양동암 두 기자대표를 징계하기 위해 2월 29일로 예정된 회사의 인사위원회, 그리고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 대열에 동참한 김세용 최일구 부국장 정형일 한정우 민병우 부장, 그리고 노동조합 이용마 홍보국장 등 조합 집행부를 징계하기 위해 소집된 3월 5일 회사의 인사위원회는 원천적으로 원인 무효이다.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수도 없이 거듭된 불공정 보도와 관련해 박성호 양동암 두 기자 대표는 작년 한 해 여러 경로를 통해 이의 시정을 간곡하고도 정중한 태도로 보도책임자들에게 요구해왔다. 두 기자대표의 선배이자 동료들인 우리들이 지켜보기에 두 사람은 정말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통해 현명한 개선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제작거부란 최후의 수단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될 때까지 회사측과 보도 책임자들의 대응은 공식적인 입장 개진 한 번 없을 정도로 옹졸하고 무성의했었다. 이런 절벽과도 같은 무대응과 불통의 벽에 두 기자 대표가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모멸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우리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양심, 기자란 직업인으로서의 마지막 윤리를 지키기 위해 두 기자대표에게 제작거부를 주문했었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노조집행부에게 파업 돌입을 요구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회사측이 부여한 소임에 충실하고자 했던 김세용 최일구 부국장, 정형일, 한정우, 민병우 부장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파업 동참을 눈물로 호소했었다. 그러므로 회사측이 징계를 하고자한다면 우리들을 먼저 징계에 회부하는 것이 합당하다.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처절하게 유린된 공영방송 MBC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우리들은 어떠한 독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측의 그 어떠한 징계 시도도 자기 십자가를 먼저 지고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노조집행부, 두 기자대표, 사퇴한 보직 간부들, 그리고 이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양심의 소리까지 가두지는 못할 것이다.   공영방송 MBC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구성원들의 처절한 노력이 공영방송을 송두리채 말살시켜온 사람들로부터  질서 문란 행위로 규정돼 단죄되는 오늘의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역설적으로 MBC를 다시 되살리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과 관련한 의혹으로 김재철 사장 체제는 이미 MBC 구성원 모두에게 창사 이후 최대 최악의 참담한 부끄러움을 안긴 채 요란한 붕괴의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대화 노력없이 사태를 방치하다가 때를 만난 듯 후배들을 상대로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김재철 사장, 그리고 김 사장에게 강공책만을 건의하고 있는 일부 간부들은 이제라도 과연 자신들이 그동안 공영방송 MBC의 최고 가치인 공정방송 구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해왔는지 충심으로 되돌아보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선배로서, 또 MBC의 어른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후배들의 기대를 저버릴 경우 그들의 이름과 그릇된 행태는 청사에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아 후세에 두고두고 오명으로 전해질 것이다.     박태경 송요훈 송형근 이보경 임대근 김성환 양찬승 황외진 박성제 박준우 안형준 권순표 김소영 김승환 김재용 성장경 이동애 이상호 이성주 이승용 이태원 최장원                                                                    2012년 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