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9일 일요일 오전에 장진영 씨에게 연락이 왔다. 아직 홍콩이란다. 뜸은 잘 뜨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얼버무린다.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선택은 철저히 개인의 몫일 뿐이다. 목소리를 가다듬어 장진영 씨에게 이야기했다. “쇼핑을 하다가 혹시 뜸을 뜰 때 사용할 선향이나 침향이 있는지 좀 둘러보라”고. 선향의 냄새를 즐기다 보면 뜸과 그만큼 더 친해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장진영 씨가 향을 구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침뜸을 미신·비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가수 조영남 씨와 밤새워 격론을 벌였다. 자신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병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영남이 형님 성격은 잘 알고 있지만, 침뜸에 대해서는 참으로 오랫동안 이견이 깊다. 형님은 “매사에 논리적인 상호, 니가 침뜸에 꽂힌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매번 의아해한다. 사실 조영남 씨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 주도의 과학적 사고관을 주입 받은 제1세대일 것이다. 근대적 합리론과 경험주의 철학에 입각한 서구의 이성 중심주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양적 세계관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은 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오히려 자신들의 사고 자체가 예상 외로 비과학적인 도그마가 많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신줏단지처럼 생각하는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영남이 형이 내게 주는 도전을 소중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2010년 2월, 조영남씨가 미국에 체류중이던 내게 전화를 해왔다. "상호야.. 졌다. 형이 졌어. 참 오랫동안 버텨왔는데, 내가 졌다." 형은 뇌졸중이 발병하자 결국 침뜸에 관심을 보였고, 뜸자리를 정한 뒤 뜸치료를 받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 http://www.leesangho.com/board/view.php?db=album&no=6314&num=85&page=1&field=&keyword=&s= ) 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어젯밤 홍콩에서 돌아온 장진영 씨, 한결 가벼운 모습이다. “얼굴이 좋아졌구나. 어디 불편한 곳은 없었니?” 구당이 묻는다. “전혀 없었어요. 잘 쉬고 왔어요.” “먹는 건 어땠니?” “잘 먹었어요.” “그래.” 맥진과 촉진을 벌이는 구당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다. 연신 “이제 괜찮다”를 연발한다. 과연 그럴까?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며 환자를 편하게 해주려는 것은 아닐까? 자침이 시작됐다. 태충에 자침. 삼음교, 음릉천, 중완, 좌양문, 거궐, 수분, 좌우활육문, 음교, 조해에 침이 간다. 삼음교와 조해는 ‘여성’인 장진영 씨를 위한 '각별한' 운침運鍼이다. 확실히 침은 정신 이전에 ‘마음’인 듯하다. 치료를 받으며 누워 있던 장진영 씨가 구당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할아버지, 저 홍콩에 있는 동안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림프절에 전이됐던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고요. 그리고 위장 내부 전이도 한결 깨끗해졌다면서 이젠 수술을 받아도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 글쎄 그전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이제 수술을 받으라는 거예요. 그 선생님 목소리가 아주 흥분돼 있더라고요.” 얼마나 기다려 온 얘긴가. 하지만 구당 선생은 크게 기쁜 얼굴이 아니다. 일말의 쓸쓸함마저도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의사이면서도 양의사의 진단을 통해서 자신의 치료를 검증받아야 하는 현실이 씁쓸해서일까? 사실 구당은 이미 여러 차례 장진영 씨의 암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침뜸이 서양의학과 협진을 통해 상보적 관계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날이 오면 지금 이 공개 치료와 기록이 작은 거름이 되길 기원한다. 장진영 씨를 돌아눕힌다. 이어 곤륜에 자침. 위중, 양관, 신유, 비유,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 천료, 천종, 고황, 격유에 자침. 오늘은 양관에 뜸이 추가됐다. 치료가 끝났다. 장진영 씨는 오늘부터 3차 항암제 투여를 위한 혈액검사를 받는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진영 씨, 검사는 잘 받았나요?” “네…….” 그녀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가라앉아 있다. “백혈구 수치가 이번에도 안 나왔어요. 정말 제 피가 잘못됐나 봐요.” “그래요? 하지만 구당 선생이 ‘이제 피를 챙기자’고 하시니, 좀 더 지켜보자구요. 인내심을 가지고 뜸을 뜨라고 하네요.” 장진영 씨도 열심히 뜸을 뜨겠다고 했다. 장진영 씨가 뜸에 대한 확신을 키워 나가고 있다.   <알려드려요> - '영리병원 반대'와 '민중의학 침뜸 보급' 위해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나무와 숲)를 매일 연재합니다.   - <환자가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오늘> 돈 들이지도 않고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침뜸의 소중한 진실, 함께 지켜주세요. 읽으시고 공감되시는 분, RT 부탁드립니다. -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는 2008년 9월28일부터 12월 25일까지 3개월간 매일 이뤄졌습니다. 연재 역시 2011년 9월28일부터 12월25일까지 이어집니다. - 우리의 오늘은, 3년전 장진영씨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하루였답니다. 그녀와 구당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더 근사해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