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일 토요일, 청명한 가을 하늘 구당의 맥진이 시작된다. “맥이 아주 순조롭다.” 구당 내게도 맥진을 권한다. 조심스레 진영 씨의 손목을 짚어본다. 내가 느끼기에도 지난번에 비해 맥이 경쾌하다.    구당은 말한다. “내가 볼 때 이젠 아무 일 없다. 하지만 병원에는 아직 침뜸 치료 사실을 말하지 마라. 병원 스스로가 네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놔두어라.” “네, 저도 병원에 침뜸을 하고 있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게요.” 장진영 씨가 단호하게 화답한다. 치료가 시작됐다. 오늘은 등 부위부터 자침이 시작된다. 곤륜에 자침. 위중, 신유, 비유, 천료, 천종으로 이어진다. 지양에 이르자 구당의 침이 깊이 들어간다. 그런가 하면 지양 양 옆의 격유에도 상대적으로 심자가 이뤄진다. 그런가하면 평소 쓰지 않던 백호혈에도 자침이 이뤄졌다. 하지만 신도에는 천자 후 바로 발침. 흉추 8번 자리에도 역시 천자 후 바로 발침이다. 오늘 침이 어지럽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상호야, 여기를 봐라. 흉추 3·4·5번이 제자리를 잡으니 이제 이 아래쪽(흉추 6·7·8번)이 조금 튀어나와 보이지 않니?” 장진영 씨의 옆구리 옆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관찰했더니 정말 그랬다. “네, 할아버지, 상대적으로 튀어나와 보이네요.” “여기를 이렇게 누르면 아플 게다.” “아…… 아악!” 지양 혈자리를 구당 선생이 살며시 누르자, 장진영 씨가 이내 신음 소리를 뱉어낸다. “이제 여기도 해야 한다. 두고 봐라. 등이 얼마나 반듯하게 펴지는지…….” 이어 양문에 자침. “진영아, 혹시 요즘 화장실 가는 건 좀 어떠니?” “네, 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요. 항암제 치료를 받고 나서 변비 기운이 약간 생겼어요.” “그래, 그럴 게다. 그럼 여기에 침을 넣어 주면 된다.” 구당은 대장유에 심자한다. “변비에는 장강이나 천추도 좋다. 심한 변비도 금방이란다.” 다시 돌아눕게 한 뒤 치료가 이어진다. 태충에 자침. 양릉천, 중완, 좌양문, 거궐, 우활육문, 음교, 합곡, 동자료, 지창에 자침. 정해진 자리에 뜸 다섯 장. 뜸을 뜨고 잠시 유침하는 사이 구당의 침뜸 강좌가 이어진다. 동양의학을 세계에 알려야 하며, 그 전위대가 침뜸이어야 한다, 한국인의 침뜸봉사로 세상 사람들을 편하게하자, 침뜸이야말로 동양 정신의 보고이며, 세계인이 함께 누려야 할 인류 정신의 표상이다, 대강 이런 이야기였다. 치료가 끝나자 장진영 씨가 침상에서 일어나며 입을 연다. “선생님, 저도 당장 봉사하면 안 되나요?” 누가 누구에게 봉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치료실 안의 사람들이 복잡한 얼굴이 되어 서로를 쳐다본다.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장진영, 그녀는 이미 건강하다. 침뜸은 즐겁다. <알려드려요> - '영리병원 반대'와 '민중의학 침뜸 보급' 위해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나무와 숲)를 매일 연재합니다.   - <환자가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오늘> 돈 들이지도 않고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침뜸의 소중한 진실, 함께 지켜주세요. 읽으시고 공감되시는 분, RT 부탁드립니다. -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는 2008년 9월28일부터 12월 25일까지 3개월간 매일 이뤄졌습니다. 연재 역시 2011년 9월28일부터 12월25일까지 이어집니다. - 우리의 오늘은, 3년전 장진영씨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하루였답니다. 그녀와 구당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더 근사해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