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깊어가는 가을 장진영 씨 오늘은 집에서 뜸 치료를 하기로 했다. 어머니께서 뜸을 떠주기로 했단다. (이거 불법이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구당 선생에게 침뜸 치료를 받는게 좋겠냐고 전화로 내게 물어 왔다. 뜸만으로도 좋지만 장진영 씨는 현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침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구당의 이론에 따르면, 침은 기의 흐름에 활력을 주고 뜸은 그 기가 흐르는 혈관 속 혈액을 좋게 만들어준다. 혈관은 기가 흐르는 전깃줄 작용을 한다. 따라서 전기를 강하게 하고 강한 전기가 잘 흐르도록 전깃줄을 보강하는게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구당은 침과 뜸의 '상보작용'을 강조한다. 이런 구당에게 '침사이니 침만 놓고 뜸을 뜨지말라'고 하고 있으니 그로서는 얼마나 답답할 노릇이겠는가.       진영 씨에게 다음 주 금요일 병원에서 CT 촬영과 내시경 검사가 이뤄지는 만큼 일단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일주일이다. 그녀의 몸에서 침뜸 임상 과정에서 종종 목격되온 ‘기적’같은 치료효과가 재현되기를 기원한다. 치료가 한달을 넘기면서 드디어 내 몸에 이상이 왔다. 하루 서너 시간 임상취재를 위한 짬을 내기 위해 무리해 잠을 줄인 탓이다. 수면 부족에 공개치료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겹쳤다. 그 좋다는 침뜸 치료 나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경추와 흉추 윗부분의 통증이 특히 심하다. 좌측 어깻죽지 부근, 고황 근처가 심하게 결린다. 뒷목이 뻐근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속쓰림도 심하다. 신장이 허하고, 간 기능도 시원치 않다. 저녁 7시만 되면 눈이 시려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남들에게 침뜸을 권하고 다니면서 정작 나는 어디서도 침뜸을 맞을 수가 없다. 시간도 없지만 누구에게 치료해 달라고 부탁할 염치도 없다. 내 처지가 딱해 혼자 웃음이 나왔다. 요즘은 출입처인 감사원과 통일부, 총리실에 크고 작은 뉴스가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숨 돌릴 겨를이 없다. 어깨 위의 짐이 무겁게 느껴진다. 나눠 질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2008년 10월 31일 금요일, 10월의 마지막 날 가을비 내리고 “맥이 점점 좋아진다.” 맥을 짚고 장진영 씨의 배를 촉진하던 구당 선생이 살짝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밥을 많이 먹었구나!” “어…… 어떻게 아셨어요?” “내게는 하루 만에 몸이 바뀐 게 다 보인단다.” ‘밥을 많이 먹었다’는 구당 선생의 말에, 장진영 씨는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힌다. 2차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위암 말기 환자 장진영은 먹고 소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정상인에 비해 활기가 더 넘쳐 보인다. 침뜸 시술을 하기 이전의 고통을 기억하는 장진영 씨는 누구보다도 침뜸 주창자로 변모하고 있다. 치료가 시작됐다. 태충에 자침. 양릉천, 삼음교, 중완, 거궐, 좌양문, 우활육문, 음교, 합곡, 동자료, 지창에 자침. 정해진 자리에 뜸 다섯 장. “살색도 조심씩 하얘진단다. 여기 봐라. 이제는 푸른 기운이 사라졌다.” 구당의 손이 가리키는 등 부위를 살펴봤다. 푸르스름했던 피부가 점차 투명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곤륜에 자침. 위중, 신유, 비유,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 궐음유, 고황, 천료, 천추에 자침. 정해진 자리에 뜸 다섯 장. 치료가 끝났다. 구당, 진영 씨를 일으켜 앉혀준다. 무릎을 굽혀 바닥에 놓인 신발을 들어 진영 씨에게 건낸다. 매일 보는 구당의 일상이다.   장진영 씨를 그림자 처럼 지켜주고 있는 여고 동창 김 이사. 벌써 한달째 자신의 일을 접어두고 친구와 동행해주고 있다. 오늘은 김 이사가 친구에 이어 진료대에 오른다. 진영 씨가 그동안 미안했는지 구당에게 특별히 친구의 치료를 부탁해 이뤄진 일이다. 구당 선생이 조심스레 맥진과 촉진을 하고 여기저기 뜸자리를 잡아 주었다. 진영 씨가 친구를 위해 한자리한자리 뜸을 떠주었다. (이 역시 현행법상 불법이다. 뜸 자율화법이 절실한 이유다.)   이제 두 사람은 평생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는 더 소중한 벗이 될 것이다. <알려드려요> - '영리병원 반대'와 '민중의학 침뜸 보급' 위해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나무와 숲)를 매일 연재합니다.   - <환자가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오늘> 돈 들이지도 않고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침뜸의 소중한 진실, 함께 지켜주세요. 읽으시고 공감되시는 분, RT 부탁드립니다. -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는 2008년 9월28일부터 12월 25일까지 3개월간 매일 이뤄졌습니다. 연재 역시 2011년 9월28일부터 12월25일까지 이어집니다. - 우리의 오늘은, 3년전 장진영씨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하루였답니다. 그녀와 구당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더 근사해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