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9일 수요일, 깊어 가는 가을 장진영 씨는 매일 청계산을 오르고 있다. 어디에도 병색을 찾아 볼 수 없다. 활기차게 희망을 키워 나가고 있는 진영 씨가 구당은 참 대견하다. “그래 진영아, 잘 하고 있다. 산은 아무리 힘들어도 다녀오면 좋은 곳이란다.” 오늘 치료는 등산길 이야기로 시작된다. “구당 선생님, 그런데 산에 가보니 비가 내려서 그런지 솔잎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고요. 냄새가 정말 좋았어요.” 장진영 씨가 코앞의 솔잎 냄새를 맡기라도 하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너 솔잎이 뭔지 아니?” 구당이 대뜸 물었다. “글쎄요, 뭐예요?” “그게 어머니란다.” “어머니요?” “그래. 나무는 거의 암수가 같이 있어. 암놈이 솔방울, 송홧가루가 정액이지. 바람을 이용해 서로 만나는데, 수정이 되면 솔씨를 내놓는단다. 그런데 이게 바람이 세면 솔씨를 안 내놓아. 바람이 없는 날 조용히 솔씨를 땅에 내려놓고는 솔씨를 덮어 주기 위해 어머니처럼 솔잎이 그 위로 차곡차곡 쌓이는 거야. 솔씨가 겨울에 춥지 않도록 소나무가 자신의 털을 덮어 주는 게지. 그러니 어머니가 아니니?” 무슨 말인지 귀를 쫑긋 세우던 장진영 씨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치료 준비가 끝나자 자침이 시작된다. 태충에 자침. 삼음교, 중완, 좌양문, 거궐, 천추, 음교, 합곡, 지창, 동자료로 옮아가며 자침. 정해진 자리에 뜸 다섯 장. 구당의 어머니론이 계속된다. “토끼는 어떤 줄 아니? 암토끼라는 놈은 새끼를 낳기 전에 제 가슴털을 다 뽑아 새끼 키울 보금자리를 만든단다. 또 그렇게 가슴털을 뽑아놔야 젖 먹이기도 쉽지……. 동물의 세계에서든 식물의 세계에서든, 모든 어머니는 그렇게 다 새끼를 위한 희생물이란다.” 몇일전 ‘나도 아이를 낳아보고 싶다’고 말해 새벽 진료실을 눈물 젖게 했던 장진영. 그녀가 완전히 건강을 회복해 그녀안의 모성이 새 생명으로 피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엎드린 장진영 씨에게 구당의 자침이 시작된다. 곤륜에 자침. 위중, 신유, 비유, 천료, 천종,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 궐음유, 도도, 천주, 풍지에 닿는다. 역시 같은 자리에 뜸 다섯 장. 치료가 끝났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구당은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만났다. 오전부터 시작된 동대문경찰서 조사가 늦게 끝나 구당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침사 면허로 환자들에게 뜸까지 떠줬다며 한의사 단체가 문제삼은 결과였다. 구당은 하지만, 조금도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조용기 목사는 94세의 구당이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걸 보고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조 목사는 침뜸의 활용에 대단한 관심을 표했다. “구당 선생님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사실 지난 50년대만 해도 민간에서 침뜸 치료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가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맞습니다. 옛날에는 집집마자 뜸을 뜨는 가정이 많았지요.” “물론 현대 의학 혜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그래도 왠만한 건 침뜸으로 잘 고쳤던 걸 기억합니다.” “침뜸은 어디가 삐고 결릴 때만 하는게 아는게 아니예요. 정신과는 물론 장부의 병까지 폭넓게 치료가 가능한 의학입니다. 2002년 WHO 자료에도 상당히 많은 질병이 치료가 가능한 걸로 검증이 되어 있습니다. 순복음교회 선교사들을 해외에 보내실 때 이걸 배워 나가게 해주시면 참 요긴하게 쓸 수 있을텐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구당은 조 목사가 집에서 스스로 뜸치료를 할 수 있도록 뜸자리도 잡아주었다.   침뜸치료가 끝나자 조 목사는 민간 의료에 관심 있는 신도들을 중심으로 침뜸의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며 뜸 자율화법 등과 관련한 서명도 해주었다. 구당 깊게 허리 굽혀 고마움을 표했다. 퇴근 후 포털에 들어가보니 구당이 몇일전 통일교 문선명 총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세계일보>가 게재한 동정기사였다. 오늘낮 순복음교회 조 목사와의 만남을 떠올리니 적잖이 안도가 되었다. 구당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구당이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문 총재가 사진을 찍고 나니 봉투를 하나 주시더라구. 뜸사랑 사무처장이 열어보니 1억원 짜리 수표가 들어있더래. 그래서 바로 돌려주라고 했지.” “통일교측에서 돈을 돌려받던가요?” “아니지. 비서인가? 하는 이가 절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했데.” “그래서요?” “그럼 그 돈으로 침과 쑥, 간이 진료대를 사서 보내주면 받겠다고 했지.” “그랬더니요?” “정말 한트럭 분량의 침과 쑥, 간이진료대를 보내왔더라구.” 덕분에 전국 30여곳의 침뜸 봉사실 마다 한동안 넉넉한 인심을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침구사 구당. 그에게서 땅에 떨어진 솔잎 냄새가 난다. <알려드려요> - '영리병원 반대'와 '민중의학 침뜸 보급' 위해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나무와 숲)를 매일 연재합니다.   - <환자가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오늘> 돈 들이지도 않고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침뜸의 소중한 진실, 함께 지켜주세요. 읽으시고 공감되시는 분, RT 부탁드립니다. -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는 2008년 9월28일부터 12월 25일까지 3개월간 매일 이뤄졌습니다. 연재 역시 2011년 9월28일부터 12월25일까지 이어집니다. - 우리의 오늘은, 3년전 장진영씨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하루였답니다. 그녀와 구당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더 근사해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