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선생님, 어제는 기력이 없었어요.” 오늘따라 장진영 씨의 목소리가 힘이 없고 끝이 갈라진다. “그랬니? 잘 먹어라. 내가 남들과 다른 게, 꼭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네, 노력하고 있어요.” “여기 봐라, 이제 배가 많이 들어갔다. 뱃가죽이 얇아서 너는 장이 다 만져진다.” “어제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하는데, 수저 들면서 손이 막 떨리더라고요.” “걱정 마라. 병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니.” 서서히‘겁쟁이’로 변해 가는 장진영 씨를 구당은 입으로는 위로하면서, 손은 용의주도하게 여기저기 혈자리를 눌러가며 자침한다. 태충, 양릉천, 좌우활육문, 음교, 중완, 거궐, 좌양문, 지창, 동자료. 오늘은 여기에다 턱 밑 염천에도 자침한다. 이는 장진영 씨 목소리의 조그만 변화에 반응한 것이리라. 목소리의 갈라짐이 혹시 위산 역류로 인해 식도가 자극받은 탓은 아닌지 의심한 결과로 생각된다. “아직은 그렇지만, 예전에는 손이 더 많이 차지 않았니?” 구당 선생이 내게 묻는다. 나는 진영 씨의 손을 짚어 보고 조심스레 답했다. “네, 아직 조금 찬 편이네요.” “손은 위장의 끝이란다. 맥이 없어지는 것도 위장의 문제야.” “손이 위장의 끝이라고요?” 장진영 씨가 가볍게 놀라며 물었다. “그래서 옛날 할머니들은 손만 만져 보시고도 ‘너 체했구나’ 짚어내시곤 했지.” “그렇군요.” 장진영 씨와 내가 한목소리로 답했다. “신생아들이 손발을 움직이는 건 사실 먹은 걸 소화시키기 위해 그러는 거야. 그런데 요즘 병원에 가면 아이들을 꽁꽁 싸매 놔서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야. 아이들 소화가 잘 안 돼.” “정말 그래요. 너무 꽁꽁 묶어 놓는 경향이 있지요.” 나는 신생아실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던 나의 두 아이들을 상기하며 힘주어 말했다. 사실 너무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도 봐라. 여기 배의 색깔이 달라지지 않았니? 내 눈에만 그런 건가?” 구당 선생이 이번에도 내게 묻는다. “아니오. 제 눈에도 그렇게 보입니다. 처음 장진영 씨가 왔을 때, 할아버지께서 ‘배가 검푸른 건 병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걸 기억합니다.” “그래, 그랬지. 이제는 살결이 많이 하얘지지 않았니? 나는 눈이 맑아서 하루 사이에도 살색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단다. 진영이는 얼굴 낯빛도 좋아졌다. 침뜸은 기운과 피를 만드는 거란다. 좋은 피로 좋은 조직을 만들고, 원료가 좋으니까 당연히 예뻐지는 거야.”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는 장진영 씨는 필시, 지금 일말의 희망과 조우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다시 장진영 씨를 뒤로 눕히고 곤륜에 자침. 이어 위중, 신유,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 천료, 천종, 고황, 격유, 풍지, 천주에 자침. 같은 자리에 뜸 다섯 장. 반복되는 뜸자리 위에 조그맣게 딱지가 앉으면서 장진영 씨는 처음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뜸을 뜨고 있다. 딱지 위에 뜸을 뜨면 뜨거운 기운이 훨씬 덜해지기 때문이다. “봐라. 흉추 3·4·5번 이 자리는 많이 낮아지지 않았니?” “네, 정말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실제 봉긋하게 솟았던 해당 부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환자들의 임상을 취재하면서 자주 목격한 현상이지만 침과 뜸만으로 뼈의 구조가 변화된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이 부분이 문제다.” 구당이 척추 7번 극돌기 하의 지양과 그 양옆에 있는 격유 자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밥도 한 숟가락에 배가 부르지 않지. 여러 번 먹어야 배가 부른다. 공기에 있던 밥이 위장으로 들어가는 것일 뿐 전체는 같다. 변화가 없는 거야. 치료도 그렇다. 자르거나 없애는 것은 그 원리를 깨는 것이지.” 열 번째 치료가 끝났다.                                                   - -   <장진영씨, 첫번째 임상 인터뷰> 장진영 씨와 침술원 안에 있는 작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직 치료가 초반이지만 이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명이 남아 있는 이른 시각. 멀리서 아침 햇살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조명은 없다. 식탁 주변이 시간이 정지된 흑백 사진 속처럼 조용하다. <체력 굉장히 좋아서 저한테 암이 올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이상호   암이라는 병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장진영   전혀 몰랐죠. 전혀 모르고, 그냥 우리가 아는 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죽음이랑 연결되는 무서운 느낌을 주는 단어로……. 그냥 거기에 대한 상식밖에는 없었어요. 평상시에 건강하다고 자부했고, 나름대로 운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일할 때도 그렇고 평상시 체력도 굉장히 좋았던 편이어서 그런 게 저한테 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죠. 이상호   옛날에 영화에서 암환자 연기를 해봤잖아요? 그때 암에 대해 실제로 조사를 안 해봤나요? 환자를 만나 본다든가. 장진영   환자는 만나 봤어요. 근데 제가 그때 알고 싶었던 것은 이런 거예요. 제가 아파 본 적이 없잖아요. 그게 어느 정도의 아픔인지, 아플 때 느낌이 어떤 건지 잘 몰라요. 제가 연기할 때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물어 봤죠. 막연하게 암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뿐이었어요. 이상호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연기할 때 상상했던 것과 확실히 많이 다르나요? 장진영   병원에서 그러더라고요.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머리카락도 안 빠질 거고. 모두가 특이하다고 얘기하는 게, 제가 지금 건강한 상태로 보이는 거예요. 이상호   하지만 젊은 분들일수록 더 전이가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노인들에 비해서. 장진영   정말 잘 느껴지지는 않고, 위 쪽에 뭐가 뭉치고 더부룩한 게 있었어요. <3개월 전부터 속이 쓰려 겔포스를 아플 때마다 먹었어요> 이상호   언제부터요? 장진영   3~4개월 정도. 그리고 굉장히 피곤해서 일찍 잤고. 이상호   가족력이 있나요? 장진영   없어요. 아버지가 위가 좀 안 좋으세요. 어렸을 때 겔포스를 항상 드시는 걸 봤거든요.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속이 쓰리니까. 그래서 저도 겔포스를 먹어야 하나 보다 해서 겔포스를 사서 3개월 전부터 아플 때마다 먹었어요. 그러고 나서 건강검진을 예약했지요. 이상호   혹시 장진영 씨의 병과 그간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중 연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장진영   저는 먹는 건 굉장히 건강하게 잘 먹는 편이고, 인스턴트 식품도 별로 안 먹고, 짜고 매운 것도 안 먹고, 한 번 먹어도 건강식을 먹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식습관에서 좀 안 좋은 건 물을 별로 안 마시고, 과일도 잘 안 챙겨 먹는 거였어요. 3개월 전쯤부터는 과일도 잘 챙겨 먹고 해서 소화에 문제가 없었어요. 그 다음에 술. 술은 좋아하는 편이니까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마셨고요. 이상호   이 병에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은데, 혹시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요? 장진영   제가 생각하기에도……. <대본을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죠. 시스템이 너무 안 맞는거예요> 이상호   그럴 만한 일이 있으셨나요? 장진영   사실은…… 마지막으로 찍었던 드라마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걸 한 10개월 정도 찍었거든요. 정말정말 괴로웠어요. 이상호   뭐가 그렇게 괴로웠나요? 장진영   음…… 음……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뭘 하고 있는지 대본을 전혀 납득할 수가 없었죠. 돌아가는 시스템이 저랑 너무 안 맞는 거예요. 제가 지금 뭘 연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얘기의 줄거리가…… 시청자들도 그런 걸 느끼겠지만, 하는 저로서도 납득하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이상호   보통 그런 식으로들 드라마를 많이 찍게 되는데,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 중심을 잡아야 하니까……. 흔들리는 배에서 중심을 잡다 보면 멀미가 오는 것처럼 그렇게 계속 힘들었군요? 장진영   네. 그런데 어쩔 수가 없잖아요. 그때는 그걸 끝내야만 하니까. 그 시간이 정말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인터넷에서 뭘 보시다가, 암에 대해 누가 뭘 올려놓은 글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위암 같은 경우는 초기 증상이 다크서클이 심하게 나타나고 눈두덩이 붓는다고 하더라고요. <유랑극단처럼 차에 온갖 먹을거리들을 싣고 다녔어요> 제가 생각해 보니까 드라마를 3분의 2 정도 찍고 막바지에 눈 밑이 무지 어둡고 붓고 했거든요. 그래서 피부관리실에서 얘기를 들어 보니, 림프 순환이 안 되어서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림프 순환 마사지만 따로 받았지요.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뭔가 안 좋고 순환이 안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는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미국에서도 촬영을 굉장히 많이 하고 키르기스스탄에도 가고 그러면서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했어요. 먹을 게 없으니까 라면만 먹어야 되고. 5개 도시를 여기서 촬영하다 저기서 촬영하고 그러니까, 나중엔 유랑극단처럼 차에 온갖 먹을거리들을 싣고 다녔어요. 정착하지 않고 촬영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것도 미국 같은 곳에서 5개 도시로 굉장한 거리를 옮겨 다니면서요. 키르기스스탄에서도 한 달 정도 촬영했어요. 발전된 곳이 아니니까 샤워하다 보면 냄새 나는 녹물이 나오는데, 그것도 하다 보면 물이 끊겨요. 비누칠 한 상태로 한두 시간 기다리죠. 그런 경험들이 제 삶에는 뭔가 도움이 됐지만, 그때 몸이……. 즐겁게 촬영을 했으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이상호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영화나 드라마 쪽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결과는 좋았나요? 장진영   결과가 안 좋았지요. 연기에 대한 평가도 불만족스럽고요. 이상호   현재 본인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장진영   그게…… 차라리 제게 뭔가가 나타나거나, 위 상태처럼 생활이 힘들거나 그러면 제대로 인식하는 게 빠를 텐데……. 제가 두 번째 내시경 검사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다 봤거든요. 아직 제 것이 그렇다는 게 느낌이 안 와요. 이상호   보니까 어떻던가요? 장진영   안 좋지요. 뭔지 모르겠지만 깨끗한 상태가 아니니까, 건강해 보이지 않으니까. 이상호   느껴지지 않지만 인식은 하고 계신 거지요? 장진영   알고는 있는데 평상시 생활에서 그런 걸 잘 못 느끼죠. 그러니까 좀 괴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도 많잖아요.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몸상태가 뒷받침이 안 되잖아요.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고요.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동안의 생활방식을 다 바꿔야 하니까, 그런 것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안 되고 제 의지로 해야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제가 불쌍하기도 하고,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할 것도 슬프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이상호   주변 분들이 힘들어하는 게 어쩌면 본인에게 더 힘들게 느껴지겠군요? 장진영   그렇지요. 저는 사실, 그리고 좀 자신이 있어요. (아직 장진영 씨는 자신의 암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인터뷰가 끝나고 몇 시간 뒤에야 부모님으로부터‘생존 가능성이 5%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정도 제 상태를 알고, 식이요법도 하고 있고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하면서 조금 마음 편하게 있어요. 제 생각엔 그래요. 그냥 이렇게 안 살아 봤으니까 몇 개월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살자 싶은데, 주변에서 저를 보면 끊임없이 인식을 시키는 거예요. 그게 참 힘들어요, 오히려. (확실히 장진영 씨는 현재 자신의 위중한 상태를 알지 못하고 있다.) 이상호   장진영 씨를 처음 봤을 때 좀 놀랐어요. 되게 자신감 있어 보이고, 원래 암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절반 이상 혼백이 나간다고 해요. 자신감이 있으셔서, 그래서 혹시 진영 씨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장진영   저는 운명이라는 걸 많이 믿는 편인데요. 그런데 검사 받고서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간이나 골수처럼 다른 장기에 전이됐으면 일 년도 못 살았을 거라고요. 물론 슬프지요. 여러 가지 슬픔이 있잖아요. 제가 불쌍하기도 하고,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할 것도 슬프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별로 미련이 없어요. 하하……. (짐짓 웃어 보인다) 이상호   두렵지 않으세요? 장진영   음…… (목이 메어 더 이상 말하지 못한다) 흑흑……. (꿋꿋이 버티던 그녀가 결국 눈물을 훔치고 만다.) <첫날은 본의 아니게 구당 선생을 뵙고 치료를 시작하게 됐잖아요. 그런데 하고 나니까 좋더라고요> 이상호   미안합니다. (잠시 쉬고) 처음 침뜸에 대해 들었을 때 아무래도 신뢰가 안 갔을 텐데, 침뜸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이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해 여쭤 봅니다. 침뜸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가장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뭔가요? 장진영   뜸은 주변 분의 팔을 봐서 알았어요. 일단 상처가 난다는 게 되게 싫었고요. 구당 선생 프로그램을 보니까, 본인 등을 보여주시던데 오래 뜨셔서 하얗게 돼 있더라고요. 주변 분이 저를 설득하느라 상처가 안 난다고 하셨는데,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제가 텔레비전에서 구당 선생 뜸 자국도 봤고 한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죠. 첫날은 본의 아니게 구당 선생을 뵙고 치료를 시작하게 됐잖아요. 그런데 하고 나니까 좋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했지요. 그러면 뜸 자국이랑 칼자국, 수술 자국이랑 바꿔야겠다, 하고요. 뜸 열심히 떠서 수술 안 해야겠다고요. 호호. (웃음. 그녀가 웃는다. 본인이 수술조차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입으로는 웃으면서, 자꾸 눈물을 닦아낸다.) 이상호   아…… 죄송해요. 장진영   아니에요. 계속 이런 상태인 것 같아요. 막 울다가, 웃다가 갑자기 울고, 이런 상태예요. 이상호   저는 치료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진영   저도 가지고 있어요. 이상호   오늘까지 구당 선생께 치료를 받은 횟수가 열 번째입니다. 아직 효과가 드러날지는 미지수지만, 다음 주 14일에는 혈액검사가 있지요? 그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장진영   네, 그래요. 호호. (웃는다. 그녀가 웃는다. 오랫동안 저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기를,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또한 침뜸을 통해 희망을 찾고자 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간절히 기원해 본다.) <예전부터 봉사라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제가 할 수 있는 뭔가 일거리를 주신 것 같아요. 뜸이라는 것을요> 이상호   지금은 암을 치료하는 투병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상당히 많은 시기입니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해요. 특히 장진영 씨로서는 처음 가보는 길일 텐데, 만일 본인이 예전처럼 완전한 건강을 되찾는다면 하고 싶은 게 무언가요? 장진영   저는 그러니까…… 엄마가 그래요. 영화 한 편 찍는다고 생각하라고요. 그런데 한 작품 시작할 때마다 어려움이라는 건 말도 못 해요. 그러니까 이런 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확신을 갖고 있잖아요. 영화 같은 경우는, 의심을 하고 또 의심을 하면서 나아가는 시간이 굉장히 힘들거든요. 오히려 그것보다 덜 힘들어요. 제가 요즘 바라고 기도하는 건 제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너그럽고 따뜻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어떤 상처도 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예전부터 봉사라는 것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기도 했는데, 이제야 제가 할 수 있는 뭔가 일거리를 주신 것 같아요. 뜸이라는 것을요. 사실 봉사한다는 게 막연하잖아요.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좀 막연하잖아요. 굉장히 구체적으로 뭔가가 다가온 것 같아요. 이것이야말로 그냥 막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귀중한 봉사, 소중한 봉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인들을 돌본다고 해도, 다만 손 잡아 주고 음식 차리는 것뿐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으면서, 쉽지만 그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기뻐요. 인터뷰 말미에 장진영 씨에게 전혀 뜻밖의 말을 들었다. 몸이 나으면 ‘침뜸을 배워 봉사에 나서겠다’는 것. 그녀는 이미 침뜸의 치료 효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치유의 기쁨을 남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의 소중한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