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7일 화요일 치료를 불과 하루 건너뛰었을 뿐인데 장진영 씨의 얼굴에 피로가 그득하다. 어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니 묻지 못한다.   젊은 나이에 암세포를 몸 안에 키우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험난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장진영. 그녀는 지금 언제 빠질지 모를 구덩이가 도처에 입을 벌리고 있는 검은 숲,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책 없이 남의 인생 험로에 뛰어든 철부지 기자, 자꾸 그녀에게 신경이 쓰인다. 태충에 자침. 이어 양릉천, 합곡, 중완에 자침이다. 다시 좌양문, 거궐, 음교를 거쳐 좌활육문에 이르는 구당의 침 끝이 분주하다. “배는 많이 들어갔어. 억지로라도 먹어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해요.” “그래…….” 입맛을 돋우려는 듯 지창에 자침하고, 이어 동자료에 자침하는 듯하다가 이내 발침한다. “저…… 오늘 아침에 항암제를 먹으니까 다시 예전처럼 피로감이 몰려오더라고요.” “그래, 가급적 앞으로는 침뜸 치료 빼먹지 마라.” 오늘은 새로 추가된 뜸자리가 없다. 같은 자리에 각 5회씩 . 돌아누우니 여전히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혈 자리가 높이 솟아 있다. 곤륜에 자침. 이어 위중에 심자, 다시 신유,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 천료, 천종, 고황에 각각 자침이 이뤄진다.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에는 오늘도 심자다. 하지만 여느때에 비해 완연한 상사자上斜刺(침의 끝 쪽이 머리를 향하게 찌르는 기술)다. 궐음유에 자침이다. 신주, 흉추 4번 극돌기 하, 신도에 오늘도 뜸이 집중된다. 치료를 마친 장진영 씨. 갑자기 소리친다. “할아버지, 눈이 밝아졌어요.” 아무도 묻지 않았으나 그녀가 답했다. 그런 그녀가 고맙다. <알려드립니다> - 영리병원 반대와 민중의학 침뜸을 알리기 위해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나무와 숲, 2010)를 매일 연재합니다.   -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는 2008년 9월28일부터 12월 25일까지 3개월간 매일 이뤄졌습니다. 연재 역시 2011년 9월28일부터 12월25일까지 이어집니다. - 우리의 오늘은, 3년전 장진영씨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하루였답니다. 그녀와 구당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더 근사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