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6일 월요일 장진영 씨측에서 치료를 하루 쉬자고 연락이 왔다. 갈 길이 먼데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이 앞선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있겠지. 어떤 상황일까, 이해하려 해봐도 알 길이 없다. 장진영 씨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구당 선생에게 오늘 하루 치료를 쉬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구당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좋도록 하라고 하렴. 하루 정도는 괜찮다.” '정말 괜찮을까?' 조바심에 피가 마르는 느낌이다. 어쩌자고 장진영 씨측의 치료 청탁을 거절하지 못했는지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나는 너무도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나야 그렇다고 해도 구당의 처지는 어떠한가? 죽기전 마지막 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침뜸을 알리겠다며 공개 치료를 받아들인 구당. 그의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 구당을 보며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그나저나 지금 장진영 씨는 어떤 상태일까? 궁금한 마음에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가 회사 1층 서점에 들렀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 『죽음과 죽어감』에 손이 갔다. 책을 뒤적이다 보니 “우리는 모두 죽거나 죽어 가고 있는 만큼, 어떻게 죽는가가 삶을 의미 있게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좋아하는 구절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싫다. 장진영 씨의 심정을 헤아려 보려 집어든 책이었지만, 그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죽을까’ 보다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에 장진영 씨가 집중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침뜸이 그녀가 삶에 대한 의지를 키워 나가는데 좋은 벗이 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