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30일 화요일 하루가 지났는데 장진영 씨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 오후가 되자 구당 선생의 전화가 왔다.   “환자에게 아직 연락이 없니?” “네, 아무런 연락이 없네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모양이구나. 하루라도 더 일찍 치료를 받으면 좋을 텐데……. 늘 그렇게 다 늦게 와가지고 고생들을 하니까 하는 소리다.” “장진영 씨에게도 그렇지만 일반 환자들을 위해서 침뜸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데.” “어쩔 수 없지. 나중에라도 너무 늦지 않으면 좋을 텐데…….” 구당 선생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사람이라는 게 참으로 간사하다. 나로서는 장진영 씨가 결심을 하고 치료를 해달라고 할까 봐 사실 걱정이다. 암환자를, 그것도 말기 암환자를 공개리에 치료한다는 건 의료인에게는 전 생애를 건 모험이다. 일반인도 아닌 유명 여배우를 공개 치료하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치료자는 물론 치료를 주선한 사람에게 까지 피해가 미칠 가능성이 크다. 설사 치료가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대중에게 침뜸을 알리겠다는 선의보다는 스타 마케팅을 통한 이익 추구라고 비난받을게 뻔하다. 너무도 무모한 시도인 만큼 전화를 기다리는 처지가 후회스럽기도 했다. 생각이 복잡할 때는 초심을 따르자. ‘기자질’을 하며 수도 없이 선택한 길이지만 늘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 초심은 고통으로 나를 안내했고, 덕분에 짧은 인생에 참으로 너저분한 일들을 세트로 겪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해질 무렵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최 부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장진영 씨는 어때? 아무 소식 없나?” “응…… 아직 별 얘기가 없네. 구당 선생의 방송 출연 CD와 구당이 쓴 책을 몇 권 줬어. 아마 아직 보고 있을 거야.” “그래, 구당 선생이나 침뜸에 대해 모르면 할 수 없지. 어딘지 비합리적인 것 같고 비과학적인 것 같아 보이는게 사실이거든. 알려야할 사람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알리지 않은 탓이 커. 문제는 모르는 게‘약’이 아니라‘병’이라는 거지.” “사실 진영 씨는 아직 자기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몰라.” “그게 무슨 얘기야?” “서울대학병원에서 결과가 너무 안 좋게 나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세대학병원에 갔는데 거기서도 심각하댄다. 수술은 애당초 불가능한 상태고, 항암 치료를 해도 생존 확률이 5%도 안 된다고 나왔어. 양쪽  다 그렇게 나왔지. 아버지는 그 얘기를 들어서 아는데, 정작 진영 씨는 아직 몰라. 항암 치료만 받으면 그냥 살 수 있을 걸로 알고 있어.” “아…… 그래서 그렇게 태평한 얼굴이었구나.” “맞아. 아직 모른다니까.” 장진영 씨는 확실히 태평한 얼굴이었다. 심지가 곧고 대범한 여성이라는 소리는 들었어도, 죽음의 위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참으로 답답하게 흘렀다. 밤 9시가 넘어서 최 부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장진영 씨가 침뜸 치료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치료내용 공개에 대해서도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 작은 희열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했다.‘뭘 그리 좋아하나……. 또다시 고생문이 열렸는데.’ 구당 선생께 말씀드리니, 그도 반가워한다. 덮어두었던 기대와 희망의 상자가 열리는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