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도청 의혹 보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 KBS의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은 공영방송이 도청 의혹에 휘말린 초유의 사태이다. 사영 매체인 루퍼트 머독 소유의 신문이 도청 취재로 세계적 파문을 일으킨 것과 비교할 때,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번 의혹은 더욱 심각한 사안이다. 더구나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는 KBS가 취재와 무관한 자사(自社) 이익을 위한 활동 중 빚은 일이라는 점에서 저널리스트인 우리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사건의 실체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피의사실 공표에 민감한 경찰이 KBS 기자를 두 차례 소환하며 신분이 피의자임을 공식 확인했고, 언론은 증거 인멸 의혹과 진술 불일치 등을 지적해 왔다. KBS 기자 166명과 PD 89명도 잇따라 성명을 내 'KBS의 해명이 옹색한 만큼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의혹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에 KBS 이사회도 지난주 사과 성명을 냈다. 따라서 공영방송 기자들인 우리에게는 이번 의혹에 대한 감시, 비판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여타 대형 의혹이나 사건사고를 다루듯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로 시청자의 알 권리에 봉사해야 하며, 경쟁사의 일이라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인한 ‘상대사 흠집 내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MBC가 보여준 보도 태도는 소극적이었고 비정상적이었다는 게 안팎의 지적이다. 보도국 지휘부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취재 역량의 집중이나 성실한 보도 태도를 강조하기 보다는 다른 취재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민감함’과 ‘조심성’을 강조하고 있다.   입사 20년 넘는 경륜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보도부문 지휘 라인이 시청자와의 관계보다는 상대사와의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개탄이 나오고, 취재의 기본을 배워가는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는 송고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기자들의 자기 검열과 의욕 저하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보도국장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하며 답변을 요구한다. 1. KBS 도청 의혹에 대한 보도 원칙은 무엇인가? 2. 지금까지의 소극적 보도 태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인가? 3. 노동조합이 '신 보도지침'이라고 지적한데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2011. 8. 1 MBC 기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