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시술받는 '침구사' 부활될까 전창훈 기자 (부산일보)    지난해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은 한 민중의술가가 있다. '침뜸의 대가'라 불리는 구당 김남수(94·사진) 옹이다. 그가 운영하는 '남수침술원'은 요즘 휴업 상태다. '구사(뜸으로 병을 고치는 사람)' 자격 없이 '침사(침으로 병을 고치는 사람)' 자격만으로 뜸 치료를 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요즘 국회로 출근한다. 국회 의원회관 내 '침뜸 봉사실'에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침뜸을 놓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국회의원들이 소개해 준 사람에 한해서만 시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재적 의원 299명 중 3분의 2 정도가 구당에게 진료 청탁을 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배지'들은 직접 구당의 침뜸을 체험하기도 했다. 구당이 굳이 국회에서 봉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하루빨리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켜 자유롭게 침뜸 시술을 하게 해 달라고 '시위'를 하는 것이다. 의원 2/3 정도 침·뜸 청탁 민주당 침구사 법안 발의 한의사協 등 강력 반발 지난 1962년에 개정된 의료법은 침구사 신규 양성 제도를 폐지하고, 기존의 침구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나 한의사만 침뜸을 놓을 수 있게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침구사는 전국적으로 50명 정도이지만 모두 연로해 침구사 제도가 부활되지 않으면 이들의 의술은 사장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아래서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한의사나 구사가 아닌 일반인도 뜸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뜸시술의 자율화법'과 침구사 제도의 부활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사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16일 발의했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는 11일 "인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의사협회도 침구사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관련 이익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의원 측은 "침은 그렇다 쳐도, 뜸을 두고 한의사면허를 받은 사람만 시행할 수 있는 고도의 의료 기술이라 할 수 있느냐"며 "법안 통과 여부는 여론의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