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궁금증은 대단히 정당하고 또 필요한 것입니다. 저 역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분야중에 하나입니다. 사회적 선의가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실종되거나 왜곡될때 그것은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선의'가 아예 씨가 말라버리거나 '악의'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의는 우리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기에 선의의 상실은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제껏 네티즌들의 글에 빠짐없이 댓글을 올려왔지만 님의 문제제기는 그리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것이라 생각돼 답글의 형식으로 올립니다. 그렇다고 이 안에 님이 요구하는 '답'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해마다 수해때면 사회적 선의가 분출됩니다. 방송사 마다 ARS 모금을 한다고들 난립니다. 몇해전 그 돈이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가 직접 파악해보고는 놀랐습니다. 정작 필요한 곳에 전달되야할 물품들이 전혀 다른 곳에 쏠리고 있거나 또는 정작 필요한 때 전달되지 못하고 한참뒤에 가서야 분배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대북 지원 물품이 북에서 원활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인거죠. 북한 욕할일이 아닌 겁니다. 한마디로 사회분배 시스템이 미비한 것이죠. 국가는 사회적 자원을 국민 개인에게 최대한 형평성 있게 배분하는 기관입니다. 사회적 선의를 배분하는 기관은 행위주체에 따라 국가를 포함해 NGO에 이르기 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의 배분 시스템이 모두 엉성한게 문젭니다. 사실 분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의를 베푼 사람들의 미덕에 비추어 그 선의를 수요하는 사람들의 이해와 욕구는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사회구성원 개인의 선의를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의 도덕적 강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명하고 정확한 배분체계가 필수적입니다. 그런점에서 지금까지 언론은 돈을 모으기 위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또 돈을 해당 기관에 전달하는데 급급했지 실제 그 돈의 배분 매커니즘에 개입해 밀착 감시하는데는 부족했던게 사실입니다. 언론이 제 할일을 방기하는 사이 착한 국민의 마음은 큰 상처를 입고 불신에 썩어들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저 역시 제 취재대상 리스트에 이 부분에 대한 취재 일정을 세워놓기는 했지만 늘상 다른 우선순위 사건의 뒤로 미루거나 또는 시의성이 결여된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연기해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다양한 의견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게으르고 미진한 언론에 기대서는 결코 어느 것도 하나 바꿀 수 없습니다. 님들께서 직접 나서주셔야합니다. 중요한 문제제기 해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