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를읽고] 기업들, 말로만 내부고발자 보호 뒤로는 두둔 발언 지원자 탈락 / 이지문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2007년 12월 14일 금요일자 한겨레를읽고 대한상의, ‘윤리경영 100문100답’ 명시 젊은이들 ‘거짓대답’ 입사 우리사회 병들게 해 Q : 왠지 내부신고제도는 회사조직 내 구성원들 사이의 화합과 단결을 해치고 임직원들 사이의 불신을 조장하는 제도인 것 같다. 이렇게 불필요한 제도를 왜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A : 그렇지 않다. 우리가 추구하는 신뢰와 협동은 투명하고 공정한 직무윤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부정과 불법을 용인하는 것이 신뢰와 협력으로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중략) 윤리경영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내부제보는 장려되어야 하고 내부제보자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질문 및 답변은 지난 10월 대한상공회의소가 펴낸 <문답으로 이해하는 알기 쉬운 윤리경영 100문 100답>의 한 문항이다. 이 책자에서는 “일반적으로 윤리경영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 범죄행위,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로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 업무와 관련된 상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지시행위를 제보하도록 되어 있으며, 신고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할 것이며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3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과거 분식회계를 반성하고 투명경영˙윤리경영의 자율적 실천을 다짐하면서 내부자 고발장치 제도화를 통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약속한 바 있으며, 금융기관에서는 준법감시실 운영을 통해 내부고발을 접수받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은 외부 옴부즈맨에게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신문고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우리은행은 아예 내부고발을 시민단체에 아웃소싱하기도 하는 등 내부고발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12월7일치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기업체들은 이렇게 겉으로 내부고발자 보호를 통한 윤리경영을 떠들면서도 실제로는 내부고발에 대해 두둔 발언을 하는 입사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군 부재자 투표 부정 양심선언 사건 때문에 군 입대전 취업하였던 삼성 복직이 취소된 경험이 있었고 지금도 내부고발자 지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기에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에서는 모 그룹 계열사 공채 최종 면접에서 김용철 변호사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옹호한 답변을 한 지원자는 모두 떨어지고 김 변호사를 배신자라는 식으로 말한 이들만 합격되었다는 채용 담당자의 증언이 있었고, 다른 그룹 공채 지원자 역시 “회사가 더 발전하려면 김 변호사처럼 발설하고 제대로 치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더는 면접관으로부터 질문을 받지 못하고 결국 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증언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업은 스스로 자신들 기업이 비자금 조성이나 분식회계 등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 자체가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된다면 내부고발에 대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기업과 무관하게 직원들이 저지르는 ‘기업 내부의 적’인 금융사고나 횡령, 뇌물 수수, 내부정보 누출 등에 대해서 적극적인 내부고발을 이끌어냄으로써 기업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에 응시한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서 양심을 저버리고 거짓으로 답하게 된다면 입사 후에도 기업의 중요한 기밀을 외국 기업이나 경쟁업체로 넘기더라도, 고객의 돈을 빼돌려 횡령하거나 뇌물을 받고 구매단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동료나 상사를 보더라도 눈을 감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 기업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대한상공회의소 책자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를 소개해 본다. “옳은 행동은 옳은 것이다. 아무도 실천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잘못된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지문/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