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성석제형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나는 왜 노무현이라는 사나이가 생각났을까. 한때 바보라 불리웠으나 끝내 바보이길 거부한 사나이. 자신의 존재이유가 바보임에 있었던 까닭을 그는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황만근을 보라. 마지막까지 그는 얼마나 바보스러웠던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그는 갔다. 돌아오지 못할길을 떠났으니 돌아온 것은 잘게 부서진 뼈가루뿐. 바보의 죽음은 늘 비극적이다. 그의 영전에 작은 향불 하나 피워올린 성석제 형이 고맙다. 바보됨을 버린 자에겐 국물도 없는 법. 자칫 돌맞기 쉽상이다. 하지만 노무현에게도 위안이 있었다. 시인 고은이 있었다.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고은은 역시 대시인이다.)   고은 “노대통령 비판에서 군중의 폭력성 보인다” 한겨레와 인터뷰서 “전 사회적 비판, 이런 민주주의는 타락” 최한성 (marunnamu01@dailyseop.com)기자    고은 시인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전 사회적 비판을 두고 “이런 민주주의는 일종의 타락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게재된 <한겨레>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공과를 묻는 질문에 “그의 성공론은 실패론의 대세로 실종된 점이 있다”며 “노무현처럼 국내외적으로 십자포화를 맞고,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거기서 ‘군중의 폭력성’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뒤이어 고은 시인은 “지금 세계 각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현저히 후퇴하고 있는 것을 직시하면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이루어온 민주주의의 품위를 지켜내야 한다”고 언급,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자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옹호발언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에 대한 그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아파해야 할 것은 한국의 부익부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곳이라는 사실이다”라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이런 시각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부의 편중에 대한 노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민주적 대의로부터 벗어났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주적 역량 부족은 지적돼야 마땅하나, 그가 민주주의 대의를 떠났다는 말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지금 한국에서는 어떤 천하 명군도 정치적 명답을 내놓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서 고은 시인은 보수세력 집권저지를 명분으로 해 정치세력화에 나서고 있는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 눈을 돌렸다. 이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현 정치권 전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차기 대권을 진보진영의 품으로 가져오기 위해 한창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른바 진보진영이 정권창출에만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그 진보의 진정성도 의심받게 된다”며 “이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준다 해도 새로 등장한 정권이 지난날의 박정희나 전두환 시대로 복원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는 말로 대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과도한 집착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시민운동이나 그 조직, 노동운동이 너무 과체중이고, 너무 이익집단화 함으로써 그 사회적 정당성이 크게 흔들리는 상태다”라면서 “유신시대의 민중운동은 라면 먹으며 해온 운동이다. 지금 전국의 시민단체가 몇 백개인가”라고 한껏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고은 시인은 “뉴라이트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의 네오콘을 입에 올린 후 “한국의 뉴라이트의 ‘뉴’라는 것도 최근의 행태로 보아 매우 우려된다”며 “그것이 지난날의 수구에 지적인 장치를 더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섞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한국에서 왜 우파는 극우파로밖에 표현되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미국의 우파는 미국이라는 세계 지배의 논리로서의 조국이 있고, 일본의 우파 역시 일본이라는 조국의 패권 확대에 투신하는데 한국의 우파는 이런 미·일의 우파에 종속되고 있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언급을 마친 후 고은 시인은 좌우 대립의 핵심요소인 남북문제 해결과 관련,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을 것이 많다. 북의 창조적 변화도 거기서 모색해야 한다”며 며 “비핵 체제로의 길은 대륙과 해양 두 세력의 담합이 아닌 민족 내부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지적,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남북문제 해결의 중대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