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임후예라는 분이 쓰신 글도 읽어 보았고 이상호 기자께서 쓰신 침구사 부활 관련 한의협회장 고발 기사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모 국회의원이 복지부장관에게 뜸보급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 제안서도 읽어 보았습니다. 모두 좋은 의견입니다. 그러나, 참 어려운 문제이고 또 침과 뜸의 효능이 대체로 신경계에 작용하는 관계로 질병치료 수단으로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침 뜸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만병통치인 양 작성된 글에 대한 소감일 뿐입니다. 또한, 허준의 후예라 할 현존 한의사(주로 본초학, 즉 약물을 위주로 함)들과 김남수 선생을 필두로 한 허임의 후예라 자처하는 침구사(주로 침 뜸을 활용함)의 격론이 사실 누구가 절대적으로 옳다라고 할 만한 근거가 약합니다. 11개 사립 한의대에서도 교과과정에서 침구학을 배우고 있으며, 현직 교수와 한의사들도 이 분야 전문가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상으로는 누가 옳다 그르다 할 것이 없는데 사단법인의 문제가 되면 달라집니다. 의협과 한의협의 싸움보다 더 지독하죠. 여기에 민중의술과 중의사 문제까지 끼게되면 대단히 복잡해 집니다. 우선, 김상호 기자께서는 자신이 핸들링하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계신 것 같구요. 김남수 선생과 뜸사랑 회원들이 국회를 상대로 무료진료를 한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합니다. 국민의 의료 선택권이 점차 확대 되는 것 같아 반갑다는 것입니다. 모쪼록의 한의계를 둘러싼 여러분의 논의가 건설적으로 전개되어 한의계 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기원합니다. 지금 한의계나 침구업계, 민중의술 모두가 공멸을 향해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이들 모두의 생로를 차단하고 한곳에 몰아넣어 모두가 죽는 콜롯세움 광장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전통의학이 자멸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국회의 무능력과 안일함, 탁상행정의 결과였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침 뜸이 의료수단의 전부도 아니며, 저렴한 의료수단이 이상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를 옹호하는 것만이 정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의 건투를 비는 것은 바로 그것이 이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의료 선택권이죠. 저렴한 것도 필요하고 고가의 것도 필요하고 의료에서 과도한 규제는 결국 자신의 죽음이 임박해서야 후회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한약의 중금속 논란, 의료일원화, 무면허 문제 이런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참된 의료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개혁입니다. 약은 食이기도 하지만, 때론 毒이기도 합니다. 식물만이 한약재가 아니고 동물과 광물도 한약재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중의학에 비해 턱도 없이 뒤진 결과가 왔을 때 우리는 결코 지금의 국회와 복지부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무능한 자들이 의료를 망친 결과는 결국 이 나라 醫脈 을 끊는 것으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