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다음은 조선후기 문신 홍양호(1724-1802)의 글이다. 조광일이라고 하는 침의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무릇 의자(醫者)의 바른 자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우리 후손들은 선조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조광일은 그 조상이 태안의 대성이었으나 자신의 집이 가난하여 합호의 서쪽물가에 우거하였다  조생은 다른 재주는 없고 침술로 이름이 있어 자기호를 침은이라고 하였다 내가 언젠가 조생의 오두막을 지나가다보니 어떤 노파가 엉금엉금 기어서 그의 집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아들놈이 병이 나서 거의 죽게 되었으니 제발 목숨을 살려줍소" "그럽시다"   조생은 즉시 일어나 걸음을 걸으며 조금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사람됨이 대개 이와 같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생을 기이한 인물로 여겼고 마침내 그와 사귀게 되었다  조생의 사람됨은 소탈하고 곧아 남과 거스르는게 없었다 그는 예부터 전해오는 처방을 따르지 않았다  늘 가죽 주머니 하나를 지니고 다녔는데 그속에 구리침과 쇠침 10개가 들어있었다   그는 침으로 악창을 터뜨리고 상처를 치료하였으며 어혈을 풀고 풍기를 틔우고 절름발이와 곱추를 일으켜 세웠는데 즉시 효험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내가 일찍이 그에게 물었다 "의술이란 천한 기술이고 여항은 주접스러운 곳이다  그대의 재주로 어찌 귀하고 현달한 사람과 사귀어 명성을 얻지않고 여항 백성들 사이로 돌아다니는가?" 조생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세상의원들이 제 의술을 믿고 남에게 교만하게 굴며 서너번 청을 한뒤에야 가보려고 하는 버르장머리를 미워합니다.  또 그들이 가는 곳도 귀인의 집이 아니면 부잣집입니다 만약 가난하고 권세없는 집이면 백번을 청해도 한번도 일어서지 않으니 이것이 어찌 어진사람의 인정이겠습니까? 저는 그런 무리들이 싫습니다. 제가 불쌍하고 딱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오직 여항의 궁한 백성일뿐입니다. 제가 침통을 쥐고 사람들속에 돌아다닌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살려낸 사람이 적어도 수천명은 될것입니다.  제나이 이제 마흔이니 다시 수십년을 그렇게 한다면 만명은 살려낼수 있을것입니다. 만명을 살려내면 제일도 끝이 날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감탄했다 <조생은 의술이 높되 명성을 구하지 않고 시술을 널리 하였으되 보답을 바라지 않았으니 남보다 훨씬 어진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 천명을 살리면 음보(남이 알지못하게 갚음)의 녹을 먹으리라는 말을 들었거니와 조생은 이나라에서 훗날 보답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