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제 사랑은 끝났다?   [전규찬의 미디어문화 읽기] 2006년 05월 29일 (월) 13:32:18 전규찬 교수   "지속적으로 MBC의 내부개혁을 추진하고," "공영성과 가족주의를 강화한 프로그램을 대폭 신설해 공영방송의 경쟁력을 회복시킬 것이다." 최문순 사장이 2005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약속이다. "가족의 행복과 시청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익성을 드높인 프로그램을 주말에 집중 배치"한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던가? 그래서 나/우리는 MBC와 더불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건 아니다.    지금 MBC가 보여주는 모습은 내부개혁도, 공영성 강화도, '가족주의'의 강화도, '공영방송의 경쟁력 회복'도 아니다. '시청자의 알권리 충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MBC는 그 사이에 완전히 진화를 멈춘 듯 하다. 진보의 노선은커녕, 개혁의 길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부동의 자세, 보다 정확히 말해 수구화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숙제를 과거지사로 돌리고, '생존을 위한 재정확보'를 언론개혁 과제로 설정한 그 조급한 판단력이 일년도 채 안되어 MBC를 어디로 끌어다 놨는가? 다중의 삶과 밀접 연관된 진실을 채취·발굴함으로써 표피적 사실, 즉 선전의 벽을 뚫어내는 힘을 상실할 채, MBC는 대체 어디로 무력하게 표류하고 있는가?    MBC는 더 이상 진실과 마주치기를 중지하고, 선전배후의 권력과 대면하기를 두려워하는 듯 하다. 그래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공영방송의 위기이자 MBC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자본에 의해 놀림당하고 있듯이, 공영방송 MBC는 지금 시청률과 광고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월드컵에 사활을 거는 것이나, 시청률을 고려한 <뉴스데스크>의 8시 편성과 의 폐지 혹은 밤 12시 이후 배치와 같은 이야기들이 떠도는 것 모두가 위기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미FTA에 관해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비판은커녕 조·중·동만큼이나 대중주의적 여론추세만 쫒으며, 그래서 평택주민들에게서 철저히 불신당하는 꼴이 위기를 잘 드러낸다. "아침에 상큼하고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어 갔던 <아주 특별한 아침>이 사라지고 구역질나는…(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해 생략함)…아주 질 나쁘고 통념상 지탄을 받을만한 드라마를 내보내던데 이유가 당초 무엇인지 모르겠네요"라는 질문에, 아침 7시50분부터 <이제 사랑은 끝났다>와 같은 "정말 너무하는 드라마"를 트는 것이 한심스럽다는 의견에 뭐라 답할 것인가? 문화적 다양성과 관계없는 철저한 상업주의적 계산의 결과이기 때문에, MBC 공영성·공익성 위기를 예증하는 징후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글프고 또 안타깝다. 한때 MBC는 말 그대로 '아주 특별한' 방송이었다. 황우석 사태 때 을 지키는 데 마다하지 않았고, 이상호 기자에게 마이크 앞에 나서 삼성을 고발하라고 재촉하고, 이후 <암니옴니>에 참여한 것도 그런 특별한 인연 때문이었다. 내부에서 분투하는 진보적 프로듀서, 비판적 기자, 양심적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신뢰의 표시였다. 그런데 이제 이런 사랑의 차별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소수의 운동이라는 것도 다수의 체계에 의해 봉쇄되어 있다. 어렵게 편성한 매체비평 프로그램도 그 미래가 불안하다. 그래서 '이제 사랑은 끝났다!'라고 절교를 선언하고 싶지는 않다. 미련이 많다. 사회진보의 길에서 다시 행복하게 놀고 싶다. 권력의 입장이 아닌 다중의 이익을 보호하는 투사로 부활한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당찬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자본의 눈치나 보고 축구흥행이나 노리거나 얄팍한 뉴스로 우리의 눈과 귀를 덮고자 한다면, 공영성과 알 권리를 선정적 메시지로 대체하려든다면, 그때는 정말 모든 게 끝장이다. 지금처럼 한미FTA에 침묵하거나 허접한 뉴스로 서비스하고, 주민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국가테러를 은근슬쩍 방임하며, 자본이 주도하는 월드컵광장의 광기에 연출의 기술로써 편승한다면 피할 수 없는 파국적 상황이다. 삼성 X파일사건과 황우석 사태로부터 이어진 기회주의적 조직문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가 주도하는 반공영적 아비투스의 개선 외에 대안은 없다. PD저널리즘을 위축시키고 두려움 없는 용기로 발언한 기자에게 재갈을 물리는 불량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 과 같은 프로그램을 광고를 이유로 죽이려는 저속한 발상을 재발견된 공익성으로 걷어내야 한다. 엽기드라마를 들이대는 선정적 전략, 안이한 발상이 설 자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 존재의 위기를 극복할 답은 존재의 양식을 근원으로부터 바꾸는 데 있다. 의미 있는 존재로서, 가치 있는 주체로서 이웃들로부터 평가받는 길뿐이다. MBC의 현 위기는 내부개혁의 실패로 인해 외부진화의 흐름들로부터 차단된 데 있다. 그에 따른 조직의 지체·경화 및 소외, 그로 인한 신뢰감 상실이 위기의 본질이다. MBC의 위기는 단순한 경영의 위기가 아닌, 사회적 정당성 자체의 위기다. 따라서 어떻게 민주적 가치로 무장된 공영방송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할 것인지, 재탄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상호 기자의 최근 법정 증언에, 그리고 이에 대한 MBC 구성원들의 반응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부 반개혁적 흐름을 방임하고 외부 수구·보수의 코드와 타협할 것인가, 혹은 내·외부 진보의 의지, 진화의 욕망을 고수할 것인가? 의지를 집단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모두로부터 버림받고 말 것인가? 결단의 시점이다. =========================================================== 한때 mbc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고 밤을 지새우고 욕먹으며 일해도 녹화때의 통쾌함과 시청자들과 선술집에서 함께한 시청(view)앞에선 소름돋음과   내가 정말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위의 전규찬교수의 글은 내가 요즘 mbc에게 드는 생각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 주고있다... 요즘 난 mbc 프로그램을 거의 보질 않는다... 아니 볼 수가 없다.. 말도 꺼내기 싫은 sbs 상업방송보다 더 저질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것들은 둘째치고라도 월드컵 본경기도 아닌 평가전 경기소식에 뉴스데스크의 첫꼭지부터 삼십분 가까이 열여섯 꼭지를 쏟아붇는 데는....  정말 할말을 잃었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