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친구 하나가 뭘 잃어버렸다. 분명히 가방 속에 놓아둔 귀중한 물건이 교실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친구는 엉엉 울고, 자초지종을 알게된 선생님. 선생님은 무서운 얼굴로 "모두 책상위에 올라가서 무릎꿇고 눈 감아."라고 말씀하신다. 일장훈시가 이어진다. "이건, 우리 반 전체의 책임이다. 어쩌구 저쩌구. 지금이라도 조용히 손 들어라. 어쩌구 저쩌구. 나올 때까지 너희들은 다 집에 못 보낸다..." 불행한 일이지만 내 초중고생활에 여러번 이런 일을 겪었으나 제대로 그 물건을 찾은 적이 없다. - 있기는 있는데 잃어버린 친구의 실수였다는 해프닝이 전부다. 여러분들은 어떤 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회초리를 주면서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나를 몹시 쳐라!"하고 말씀하셨단다. 결국 반 아이들이 돈을 모아서 그 물건을 새로 채워줬다는 뒷이야기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비합리적이다. 학급에서 물건없어진 것이 어떻게 '반 전체의 책임'이거나, '모두 선생님의 책임'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무릇 책임을 가릴 때는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비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행위자나 실무자, 담당책임자들에게 해야할 비난을 '평소에 미워하는 놈'에게 다 하려한다. 혹은 개인의 실수를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기도 한다. 위에 쓴 이야기 역시 요즘들어 '책임져야할 대상 혹은 비난의 대상'이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뜻에서 쓴 이야기다. 개인(혹은 단위 소조직)과 전체집단을 구별하지 못하는 이상한 비합리성에 몰입되어있다. 꼬투리를 잡아 상대편 모두를 매도하려는 악의의 경쟁심리도 그 내면에 있다고 본다. 카우치가 mbc생방송에서 성기노출을 하면, 많은 비난이 mbc전체로 쏟아진다. 향후 재발을 막기위해서 그렇다는 말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과도하니 탈 아닌가. '구찌백사태'나 'pd수첩사태'에서도 그런 것이 보였다. 아무튼 조선일보는 이런 날이 생일날이다. (이거야 원 유치원생들도 아니고 말이야...) 최연희 사건에서 책임은 최연희가 지면 된다. 최연희를 빌미로 한나라당에게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다만 사후처리과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이유로 한나라당을 비난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최연희는 의원직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한나라당에게 크다고 보는 거다. 황빠들이 저네들끼리 칼질하는 사태를 보고라도 황빠를 모두 싸잡아 욕하면 안된다. 어느 집단 내 개인도 돌출행동이 있을 수 있다. 단지 그런 사태가 있을 때 '가해자를 이해한다'거나 '단결을 위해서 우리끼리 비난은 자제하자'라는 게 그 집단의 보편정서라면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이지. 진중권도 '씨네21'에서 pd수첩팀과 추적60분팀을 뭉뚱그려서 비교했다는 불만을 추적60분 모pd에게 지적받았다고 썼는데, 그건 그 pd의 말이 옳다. 잘못이 있다면 문형렬 개인에게 있는 것이지. 추적60분팀 전체가 방송되지도 않은 사안때문에 욕얻어 먹으면 기분 좋겠는가 말이다. 엊그제 kbs<미디어포커스>도 어느 정도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취재와 비판에는 'MBC, 경찰관 녹취 조작'로 싸잡아 전체를 지칭하고 (분량도 오래하고), 칭찬은 '사기극의 진실을 처음으로 파헤친 MBC PD수첩 팀의 용기와 성과에 다시 한 번 주목'이라면서 일부만 하고...(그것도 약하게 말미에 아주 쪼끔)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한때는 인터넷 댓글 게시판에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라는 글이 유행되었을 정도로. 심지어 박근혜 피습 이후 전여옥 발언이나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가관도 아니다. 이는 오랜 세월 내려온 군사문화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뭐 이런 것도 약간은 관계가 있을테고. 스스로 조직화되어 그 일원이 되지 않으면 불안감 혹은 피해의식을 느끼는, 혹은 그 반대로 조직화과정에서 소외되어 조직화사회에 늘 적개심을 느끼는 일종의 집단병리현상. 아무튼 스스로들 돌아 볼 일이다. 나도 한번 돌아 볼께. 합리적으로들 생각하고 행동하자구! (뱀발바닥) 글을 되도록 짧게 빨리 쓰려하다보니, 혹간 일반화의 오류같은 것도 보이는데 마음 넓은 너희들이 이해바란다. *** <안티조선 우리모두 urimodu.com>에 올린 글을 수정없이 이곳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