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 글은 최근 <오마이뉴스> '책동네' 란에 저의 책,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에 대한 소개기사를 올려주신 정명희 기자에게 보내는 私信입니다. 제 책에 대한 정 기자의 기사는 인터넷 상에서 몇몇 네티즌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기사가 말하고자하는 주제에 대한 건강한 문제제기가 아닌 지류적 표현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었습니다. 우연히 그 기사를 발견한 저로서는 다름아닌 해당 기사의 '수혜자(?)' 신분이었던 만큼  낭패감이 더 했습니다. 물론 정명희 기자 본인 만큼은 아니었겠지만요. 정 기자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저와 정명희 기자 두 개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시대 언론과 언론인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이곳에도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BC <시사매거진 2580부>에 근무하는 이상홉니다. 제 변변치 않은 책과 기자행적에 애정어린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명희 기자가 어떤 분인지 문득 궁금해져 그간 님이 작성해오신 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무척 많은 기사를 쓰신걸 보니 아주 부지런하신 분이 분명했습니다. 기사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속깊은 고민의 흔적이 면면이 느껴졌습니다. 아주 반갑더군요.   '세로소지음(世路小知音)'이라고 했지요.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자고 기사를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지만 기실 글 쓰는 사람의 속내까지 전달하고 또 전달받기는 참 어렵더군요. 사회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기사가 본의가 왜곡되거나 그들로부터 배척당할 때는 참 속상하더군요. 얼마전 연예계 '노예계약'을 고발한 직후, 가수 백여명으로부터 규탄 기자회견을 당했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만큼 한두 사람으로부터 받는 진정한 격려와 평가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정명희 기자의 글로 저는 그만큼 더 행복해질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님의 기사 밑에 올라온 코멘트를 보며 못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악의에 찬 댓글이나 기자에 대한 조롱과 비판. 그 글들을 일고 붉어졌을 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반응은 과거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로 부터의 기자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그로인한 적개심의 반영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기자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모두, 특히 제도권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책임이며 응당 지고가야할 숙명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반성으로부터 출발한 전향적 인식과 치열한 취재와 기사쓰기가 필요합니다. 한줄 글과 한개의 인터뷰로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보도가 많이 나와야겠지요.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기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비판에 노출돼 혹독히 평가받는 충분한 시련기를 거쳐야할 것입니다.   그게 괜시리 제 책을 추천해주셨다가 낭패를 보신 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 열심히 깨지겠습니다. 그리고 더 깊이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먼저 감행하고 먼저 깨지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것이 아닌 -  권력을 닮은 모든 것들을 털어내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념없는 시대, 기자들이 응당 싸워야할 대상도 사방으로 흩어지고 온갖 허상 뒤로 숨었습니다. 무엇이 허상인지 사실인지 알기 힘듭니다. 전투적 글쓰기는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적과 아를 구분하기 힘든 시대, 더더구나 국민 모두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는 기사도 작성하기가 어렵게됐습니다. 이해관계는 더욱 더 잘게 부서지고 관점은 다양하게 난반사되고 있습니다. 험란한 시대, 기댈 수 있는 것은 지고의 이념도 당파적 정의도 아닌, 바로 '사람' 뿐일 것입니다. 저의 기사쓰기의 화두 역시 사람입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이른바 <무당기자론>을 들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점에서 '한그루 주목나무'(기사 <신축 아파트단지, 두번죽는 주목나무>)에 까지 애정어린 관심을 보여주시는 정명희 기자의 관점은 제게 많은 깨우침을 줍니다. 특히,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인간애적 관점 또한 새로운  기사쓰기의 지평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인간'을 되살리는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기사쓰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떠한 분인지 얼굴 조차 모르는 님에게, 제가 장황하게 글을 쓰는 주된 이유는 혹시 정명희 기자께서 저에 대한 글을 쓰시고 얼굴 없는 네티즌들로부터 당한  '비난' 때문에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왕성한 글쓰기 의욕이 저하될까 우려되기에 그렇습니다. 부디 용기와 신념 잃지 마시고 계속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때로 좌절은 님의 글쓰기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더 큰 기사를 쓰시기 위해 님의 기사에 비판적 의견을 달아준 네티즌들도 포용하시길 기대해봅니다. 네티즌들의 반감을 배태한 역사적 코드를 이해하시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설득해 낼수 있는 논리와 감성, 팩트를 찾아내시기를 바랍니다. 힘네세요. 미우나 고우나 결국 그들이 정명희 기자의 기사가 근거하도록 해주는 '독자'가 아니겠습니까.   저 역시 정명희 기자의 이번 기사가 오보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제 자신으로서도 입에 담기 쑥쓰러운 '어사 박문수'라는 고전적 수식이 결단코 우스게 소리나 오버가 아님을 입증해 보이겠습니다. 결국 이번 기사가 정명희 기자의 특종이었음을 증언하겠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주저리주저리 길어졌습니다. 창밖에 비가 옵니다. 중금속을 싣고온 황사를 말끔히 씻어주었습니다. 밤 공기가 청양합니다. 세상의 멸시와 증오도 때가되면 모두 씻겨지고 진실만이 남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님의 글쓰기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내리는 고마운 비 처럼 말입니다. 다시 한번 동지애적인 마음으로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