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어제 PD수첩의 보도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언론은 죽기 위해 있는 것'이다. 시대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개개인 시민들을 대신해 죽으라고 있는게 언론입니다. 이번엔 MBC씨는 죽었습니다. 죽어야만 살 수 있는게 어디 언론 뿐이겠습니까. 밀알이 썩어야 열매가 되고, 낙엽이 삭아야 봄이 탄생합니다. 그렇다면 함께 생각해봅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아래 글은 오늘 민언련 소식지에 기고한 민주시민언론상 수상 수감문입니다.) X파일을 보도했다고 검찰에 기소된지 며칠뒤 이번엔 X파일을 보도했다고 상을 받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야하는 나의 처지 만큼이나 우리시대는 부조리하다. 민언련이 내게 준 민주언론상은 그런 점에서 반갑다. 회사 내부에서는 물론 제도권 언론계로부터도 남의 자식 취급을 받아온 ‘X파일 보도’에 대해 제대로된 첫 번째 평가를 내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기자는 기자(記者)가 아니다. 문자(問者)다. 남의 말을 수동적으로 기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감히 던지지 못한, 누구도 아직 물어보지 못한, 그래도 꼭 물어야할 것을 묻는게 기자다. 돈이 군림하는 자본독재의 시대, X파일 보도는 ‘문자’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것은 '자본의 도덩성'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은 불경죄를 이유로 나와 나의 질문을 씹었다. 불화의 골은 예상대로 깊었다.   민언련의 화답은 그런 나에게 오랜 친구가 내민 손길과도 같았다. 나락에서 건져진 나는 힘겹게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었다. 민언련의 한 친구에게 물었다. 우리의 질문들은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친구는 말이 없었다. 대신 축 처진 어깨로 그저 먼- 길을 가리켰다. 승리의 확신을 전파해온 그가 내겐 왜 그리도 솔직한 것일까? 야속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현실인 것을. 갑갑한 현실의 벽 앞에서, 종종 절망한다. 그리곤 망연히 생각한다. 대답 없이 굳게 닫힌 문 앞에 왜 나는 서 있는 것일까. 몰래 담을 넘어가는 사람들과 옆 문으로 빠져나가는 날쌘 걸음들. 행군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과 아예 삶을 방기하는 이웃들. 생각해보면 살기 위해, 그러지 않고서는 달리 살아갈 방편이 없어 나는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자신으로부터 도망할 곳은 어디에도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살기위해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 되었고, 또 아무도 답하지 않는 침묵이 싫어 스스로 답을 파내려가는 탐사고발의 '고자질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길이 어지러울 때면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정당한 소수와 함께 하고 있는가? 언젠가 그들이 다수가 되는날, 우리 사회가 그만큼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들과 나는 함께 싸우고 있는가? X파일 보도는 ‘세상이 돈으로 다되는 곳은 아니다’ 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 '돈 보다는 사람’이라는 절규다. 지금은 X파일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핍박받는 소수일지라도, 내일은 분명 이길 것이고, 또 역사는 그만큼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X파일 보도는 지금부터다. 소수가 품고 있을지도 모를 진실을 다음 세대에 까지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의 사명이다. 진실을 지키기 위해 죽으라고 있는게 언론이다. 그게 기자다. 하지만 온갖 거짓을 흩뿌리며 제 살겠다고 날뛰는 언론들로 넘친다. 그만큼 진실을 나즈막이 속삭이기 힘들어진다. 따지고 보면, 과연 어느 한 시대라도 거짓과의 싸움이 녹녹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러니 시대를 탓하지는 말기로 하자. 우리 시대에는 민언련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존재하니, 도리어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민언련도 승리한 다수가 될 것임을 믿는다. 그날이 오면.. 나는 미련 없이 오랜 벗 - 민언련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