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독재'의 부활 산자는 기억하라 오늘의 이름을! 두 편의 기사가 있다. 2005년 한국의 현주소다. 독재자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이 '외자유치를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7억 원을 가로챘다는 기사'(1)와 '삼성이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조직'(2)이라는 중앙일보의 기사다. 이 두 기사가 의미하는 2005년 오늘, 대한민국의 기상도는 무얼까? 한마디로 '독재의 환생'이다. '자본독재'의 개시다.   전경환이 시퍼렇게 설칠 수 있는 배경에는 범법자인 그를 사실상 방치해온 대한민국 검찰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지난해 4월과 5월, 우리 취재팀은 전경환의 국내외 위조채권 유통조직을 필리핀 현지 검찰의 협조를 받아서 천신만고 끝에 자세히 고발한 바 있다.('상호기사 79,80,81' 참조) 하지만 끝내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두환을 배경으로 온갖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전경환을 고소, 고발했지만 단 한건도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다. 초로의 장년들이 펑펑 우는 모습을 취재하며 나는 많이 봤다. 어른도 너무 아프면 운다. 들썩이는 그들의 어깨 너머로 아직도 5공의 시간을 벗어나지 못한 검찰의 시계를 보았다.   독재자 전두환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반년 가까운 시간을 칼날 위에서 지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둘째 아들의 회사를 뒤졌고 현직 경찰관으로부터 '황제경호'를 받으며 아직도 각하로 군림하고 있는 그의 위세 뒤엔 막강한 금권이 있음을 고발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한국의 사법부는 그의 연희동 철옹성 안으로 단 한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했다. 독재로 벌어들인 부정재산은 환수하겠다던 민주노동당은 국회로 걸어들어간뒤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도 없다. 전두환 일가의 재산축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두환이 남북분단의 위기감을 이용해 군부 내 후위조직을 관리하며 전쟁물자 확충에 앞장서고 있다는 국내외 첩보가 계속 접수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 어느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대신 티비를 켜면, 25년 전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이 홍콩 느와르의 '주윤발'로 멋지게 환생해 뚜벅뚜벅 안방으로 걸어들어온다.     전두환 독재 잔존세력의 유지 또는 확대 재생산을 촉진하는 이 땅의 음습한 기후는 과연 무엇일까? 참여정부의 엉성한 행정장악과 이빨 빠진 개혁칼날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자본독재의 도래가 그것이다. 돈이 말하고 돈이 통치하는 돈의 지배(governance)가 본격화된 탓이라는 말이다. 전두환의 금력이 그의 존재기반(수구적 기득세력)을 강화해주고 다시 그의 존재기반이 그의 존재 자체를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의 존재기반은 자본독재를 떠받드는 기득세력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상당부분 겹치거나 일치한다. 친일 부역세력이 미군정기의 혼란을 거쳐 친미 기회주의 세력으로 얼굴을 바꾼 것에 비견할 만하다.   20년 전 신군부의 독재에 스스로 복속돼 물적 기반을 확충했던 재벌과 그 재벌을 떠받쳐온 각종 시스템. 재벌과 그의 친구들이 지금 독재자 전두환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그들에게는 실로 눈물 나는(?) 20년만의 역전 드라마일 것이다. 재벌과 재벌제를 유지하는 사회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부패한 언론과 알아서 기는 검찰.. 미국의 부패한 언론이 이라크의 살육전을 조장했다고 오늘 아침 유럽의 한 언론인은 땅을 쳤다. 그를 보며 하지만 나는 어린시절 부잣집 아들 보듯 부럽기만 했다. 단 한명의 종군기자도 살육의 땅에 보내지 못한 '죽은 기자의 사회'에 사는 우리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침통, 비통할 따름이다. 스스로 삼성의 분신인 중앙일보. 자본 독재의 육군사관학교이자 국정홍보처인 중앙일보는 오늘 자신들의 정체를 스스로 밝히는 중요한 자료(기사2)를 공개했다. 마치 쿠데타 군이 내놓은 포고문 1호를 연상시키는 이 기사는, 이미 우리사회 전반이 자신들의 군홧발 아래 복속되었음을 선포하는 대국민담화에 다름 아니었다.   국가 검찰권을 금권으로 장악해 세 차례의 대선 비자금 수사의 포화를 유유히 뚫고 진격해온 삼성. 그들은 20년 전 주윤발의 모습이 아닌, 최신형 울트라 리노베이티드 '터미네이터'의 모습으로 다가왔고, 양팔엔 축적된 자본의 네이팜탄으로 대학과 미디어, 심지어 문화 영역으로 까지 무차별 이미지 폭탄을 투하하며 사회전방위에 강제적 일방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은 일류고 최고며 신뢰를 상징하는 무소불위 슈퍼 브랜드라는 것이다. 결과는 승리였고, 오늘 아침 중앙일보는 그 승전보를 전한 것이다. 죽도록 일하고 단 한마디의 조직적 불평도 허용되지 않는 그들의 노사관리처럼 국민은 삼성에 대한 불경스런 의심을 원천 봉쇄되고 있다.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하든 초법적 족벌체제를 구축하든 말든 모든 의심은 평화와 자유의 적이다. 이른바 자본보안법! 다만 믿어라 자본의 내일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 숙인 너와 나. 하지만 삼성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잔다. 오늘은 말을 못하지만 내일은 다시 꿈뚤거리며 살아나 반란의 음모를 꾸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자본이 아니라 인간을..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달라고 요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회각계와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삼성 수뇌부의 지시가 곧 바로 떨어진다. 지시가 내려지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라! 순금으로 테를 엮고 수표다발로 촘촘히 짠 파리채로 언론사 마다 기자 사냥을 벌인다. 엊그제 까지 공영방송의 앵커였던 보도국 간부를 하루아침에 삼성의 대변인으로 옮겨다 놓았다. mbc의 '간판'을 떼어 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연단 받침대로 끌어간 것이다. mbc의 기자사회는 자본의 태풍에 간판이 날아갔는데도 놀랍도록 침착하다. 기자정신의 위기를 아무도 입밖에 내지 않는다. 한때 국민의 입을 자임했던 전직 mbc의 일등기자는 ‘감시자로서 기자직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삼성이 사회와 소통하는데 앞장서겠다’는 말을 남겼다. 일등기자도 감시하기 힘들 만큼 자본권력이 이미 비대해졌다면서 도대체 무슨 소통이 얼마나 더 필요하다는 것일까? 필요이상의 일방소통을 강제하는 체제를 우리는 독재라 부르지 않았던가. 영하 20도의 독재치하에서도 사회로 열려있던 대학의 스피커는 봄볕에 회로가 녹아버렸는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자본의 노래로 캠퍼스가 시끄럽다. 대학은 이제 기업이다. 취업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고 마는, 학생들 하나하나도 기업이다. 모든 시민이 기업이다. 일제히 한 방향으로 돈을 쫓고 이윤을 추구하는 2005년, 대한민국 서울의 거리.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에게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좌파 빨갱이의 누명을 쓰기 십상이다. 그냥 내버려두어라. 썩은 시체는 자본을 키우는 밀알이되리니. 소수가 더 많은 것을 갖고 다수가 더 많이 가난해 질 것이다. 몇 장의 짝퉁 티셔츠와 핸드백 하나를 쇼핑하고 겨우 낙오되지 않았음을 안도하는 젊음이여. 시대를 의심하라. 경찰 단속이 뜨는 내일이면 단 한 장의 짝퉁 티셔츠도 허락받지 못할지니. 의심하지 않는 그대에게 내일은 없다.   20년 전 독재의 붕괴를 염원하며 밤새 시대를 목발질하던 그대.. 지금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자본독재의 바벨탑을 쌓으려 넥타이 휘날리며 뺑뺑이 돌고 있는 중년.. 바로 그대가 아니던가. 혹시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택시 운전하는 아저씨를 봐도 가슴이 메어지고, 행상하는 아줌마를 보면 눈시울이 아파온다. 혹시 그들은 알고 있을까? 개천에서 용나거나 혹은 쨍하고 해 뜰 날 같은 일. 이젠 그런 일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뼛속 가득 스며오는 생존을 위한 노동이 내일의 꿈으로 영그는 그런 쌍팔연도 유행가 가사 같은 꿈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완성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이름하여 자본독재의 개시는 아무도 모르게 이렇게 시작되었다. 산자는 기억하라 오늘의 이름을! 1. 정신 못차린 `전경환` [문화일보 2005-05-25 13:20]   (::외자유치 미끼로 건설업자에 7억 가로채::) 지난해 검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수백억원 대의 차명 계좌와 해외채권 보유 의혹을 받았던 전두환씨의 친동 생 전경환씨가 이번에는 1000억원대의 외자 유치를 미끼로 부동 산개발업체에 접근, 7억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검찰에 고소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전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O종합건설 장모(47) 대 표는 “지난해 4월 경기도 광주에서 택지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던 중 전경환씨가 아파트 건설 사업에 필요한 1000억원(미화 1억달 러)의 외자유치를 도와주겠다고 해 그의 말을 믿고‘외자금융도 입 컨설팅 약정서’를 체결했다”며 “1조원대의 해외 차명계좌 를 담보로 지급보증을 서주겠다고 제안했다줄테니, 국내 금융기관 으로부터 돈을 대출받고 이 계좌에서 대출금이 상환되면 자신에 게 돈을 갚으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씨가 액면가 1억달러짜리 미 재무성 채권과 1만원권 구권 다발 등을 보여주면서 막대한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 처럼 행세하면서 업무추진비(커미션) 명목으로 6억원을 받아챙겼 다”며 “이후 외자유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해 9월 1억 원의 업무추진비를 다시 요구했고, 이를 받아챙긴 후 종적을 감 췄다”고 털어놨다.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한 장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씨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고, 전씨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올 2월 25일부로 기소중지된 상태다. 장 대표는 전씨의 행 방을 쫓기 위해 지난 19일 모 중앙일간지에 현상수배 광고를 내 기도 했다. 2. 대한민국 '파워조직' 1위는 삼성 대기업이 최상위권 정당·노총은 하위권 중앙일보·동아시아연 공동 국민 1619명 전화 설문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졌다. 대기업이 청와대.검찰 등 국가기구, 노동 .시민단체, 여야 정당을 제치고 가장 높은 국민적 영향력과 신뢰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일보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과 공동으로 우리 사회의 23개 '파워 조직'에 대해 실시한 평가조사 결과다. 조사 대상은 18세 이상 남녀 1619명이다. 조사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개 대기업이 상위권을 독점했다. 반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열린우리당 등 권력기관들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아래로 처졌다. 조사는 23개 각 기관을 놓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지"와 "얼마나 신뢰하는지"라는 두 개의 설문을 제시해 각각 10점 만점으로 물어봤다. 그 결과 삼성이 영향력과 신뢰도 분야 양쪽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각각 2위였다. SK는 영향력에서 4위, 신뢰도에서 3위였다. LG의 경우 영향력에서 6위, 신뢰도에서 5위로 나타났다. 국가 기관의 경우 청와대의 영향력은 5.56점으로 11위였고, 신뢰도는 이보다 낮은 4.34점으로 19위를 차지했다. 국정원은 영향력에서 16위, 신뢰도에서 22위였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영향력에서 4.83점으로 19위, 신뢰도에선 조사기관 중 꼴찌(3.98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