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 이글은 지난 9월 24일, 육사 실내사격장에서 이뤄진 국방부 공개실험에 앞서서, 참석자들에게 나눠드린 일종의 '성명서'입니다. 기자란 본디 기사로 말해야 는 것이겠으나 일일이 기사로 거론하고 대응해 사실관계를 밝히기에 이번 사안이 너무도 빠르게 비본질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날 육사 실험결과는 현재 저를 비롯한 사실은 취재팀이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가 나오는대로 본 방송시간에 a/s 해드릴 예정입니다.)            <국방부 공개실험에 대한 '사실은' 취재팀의 입장>    1. 오늘 실험은 객관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동의받지 못한 일방적인 것입니다. 오늘 국방부의 공개실험은 '사실은'의 보도 이후, 국회 국방위의 '국민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가 받아들여져 이뤄진 것입니다. 이 '권고'의 핵심은 문제를 제기한 취재팀도 실험 결과를 수긍할 수 있도록 각종 실험의 조건들을 '상호 협의'하에 정하도록 전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국방부가 '사실은'팀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임이기에, 소송 당사가가 상대방의 동의나 인정 없이 일방적인 실험을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본 취재팀은 보도 이후 오늘까지 국방부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통보도 받은 바가 없으며, 오늘 행사도 국방부 출입기자에게 물어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2. 오늘 국방부의 실험은 그간 국방부의 실험행태를 볼 때 신뢰하기 힘든 것입니다. 국방부는 '사실은' 보도이후 지금까지 세차례 실탄사격을 실시했습니다. 첫 실험(8/26)에서는 메그넘 권총사격 결과 한국군 신형헬멧이 더 많이 함몰됐는데도 '한국군 헬멧이 더 우수하다'(연합뉴스 8/27, 11:53)고 거짓 발표를 했고, 2차 공개실험(8/27)에 앞서, 거짓 발표를 입증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크게 함몰된 가짜 미군헬멧을 공개했다가 본 취재팀에 거짓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국방부는 두 번째 실험(8/27)에서는 미군헬멧에 비해 탄속이 더 느린 총알로 발사한 결과 신형헬멧이 뚫리지 않자(미군654.4>한국군640.2), 서로 다른 속도로 발사한 만큼 관통여부가 서로 비교불가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한국군 헬멧이 더 우수한 결과'라며 기지들에게 엉터리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어 국방부는 YTN 과 함께 한 세 번째 실험(9/17)에서도 미군 헬멧에 한국군 헬멧 보다 무려 137m/sec 빠르게 사격해(미군591>한국군454), 양측이 비슷하게 함몰되는 현상을 보여줘 국민을 현혹시킨 바 있습니다.   3. 오늘 실험 역시 국방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기획한 행사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실탄 관통실험은 실험의 결과를 결정짓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실험대상이 되는 장비의 진정성은 기본이고, 사격 실탄의 종류와 탄속 그리고 각종 측정장비 등이 의도된 결과에 맞춰 조작됐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이라크 현지상황과 유사하게 온도조건을 유지하는 것도 공정한 실험의 필수적 관건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같은 조건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본 취재팀과 최소한의 협의도 거치지 않은 국방부는 도리어 문제의 납품업자들과 사전협의를 거쳤으며, 실험에 대비해 수차례 '리허설'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긴 개발과정을 거친 완제품에 대해 또 다시 리허설까지 실시했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이로운 실험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모종의 계획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품게 합니다. 이라크 현장의 장병들은 예행 연습 없는 실체 적탄에 노출되 있기 때문입니다. 4. 오늘 실험은 이미 사실로 드러난 취재팀의 보도내용을 왜곡하기 위해 준비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방부의 자체실험(8/26, 9/17) 결과, 권총탄 사격 경우 한국군 신형헬멧의 함몰정도가 미군 헬멧에 비해 심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사실은'의 보도가 이미 국방부의 실험에서 사실로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신형헬멧이 파편탄을 막아내고, 심지어 소총에서는 더욱 우수하다고 눈속임 증거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보도된 부분에 대해 겸허히 수긍을 하기보다는 여전히 방탄장구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실험에 대해서는 실시하면서,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실험은 왜 실시하지 않는 것인지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방탄차량의 방탄재에 대한 방화성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이는 어떠한 실험 조건에서도 방탄재가 타는 것을 달리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5. 이제 국방부는 거짓의 순환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신형헬멧이 권총은 물론 200m 거리의 소총까지 막아낼 수 있다고 틈날 때 마다 강조해왔고, 이같은 내용은 거의 전 언론을 통해 이미 수차례씩 보도돼 왔습니다. 하지만 '사실은'의 실험결과, 권총탄에 무참히 함몰('13mm 이상은 사실상 관통임')되자 어떠한 해명도 없이, 대뜸 신형헬멧은 '방탄모'가 아닌 '방편모'라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모든 총탄을 막아낼 수는 없지만, 방탄력을 강화하다 보니 왠만한 권총류에 대해서는 방호가 완성된 상탭니다. 개발도상국에도 수출할 수 없는 방편모를 우리군이 구태여 25만원 이상의 거액을 주고 구입해야하는데는 충분한 의혹이 있다고 저희는 보도해 드렸습니다. '총탄 방어에는 약하지만, 그래도 가볍다'는 국방부의 주장. 독점적 납품업자가 사실상 군의 ROC를 주도해온 납품관행에 비추어 볼 때, 국방부의 ROC가 '1,150그램 이하'라는 점과, 그 ROC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소재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입해온 업체가 문제의 K 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벼움' 때문에 병사의 안전을 포기해야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국방부는 혹시 사정기관의 수사결과, 더 큰 비리의 몸통이 나올까 우려해 눈속임 실험으로 본질을 호도하려는 국방부의 의도를 우리는 경계합니다. 국방부는 이제라도 '이번 언론보도를 군 장비의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라'는 중재위원회(9/13)의 권고를 열린 자세로 받아드리길 바랍니다. 2004. 9. 24 MBC '사실은'은 취재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