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장관께... MBC 이상호 기자입니다. 윤 장관께서 장관으로 취임하신지도 이제 2달이 다 되어가는군요. 청와대 국방보좌관으로 계시다 이리로 넘어오셨으니 아직 업무파악도 제대로 안되셨을텐데, 병역비리다 군납비리 그리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이르기 까지 여념이 없으셨을 줄 압니다. 그런 와중에 저를 비롯한 저희 MBC <사실은>에서 이른바 방탄 시리즈 보도를 '강행'하는 바람에 더욱 부심하셨겠지요.   내일이 13일 월요일이니까, 언론중재가 열리는 날입니다. 장관께서 남대연 장군(국방부 대변인)에게 지시하신 대로 잠시뒤면 중재 첫 기일이 시작되겠지요. 장관께서는 어떠신지 몰라도 저는 신경이 좀 쓰이네요. 벌써 10여회 다녀온 중재위원회이지만 매번 이렇게 긴장이 됩니다.   장관님.. 가슴을 터놓고 한번 이야기 해봅시다. 제가 보도한 내용이 뭡니까? 한마디로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병사들의 안전장구가 실제 현장에선 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헬멧이나 방탄자켓이나 하물며 방탄차에 이르기 까지요. 바쁘셨겠지만 혹시 저희 프로그램 보셨지요. 못보셨으면 보고는 받으셨지요? 그런데 국방부의 입장이란게 뭡니까? 여기 중재신청서에 보면, '현실에선 성능이 좀 떨어질줄은 모르나, 그래도 실험실의 규격은 합격한 우수제품'이라고 항변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공무원의 '보신주의'나 '면피주의'라는 말 듣기 싫어하시죠. 하지만 저나 시민들에겐 공무원들이 자기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내뱉는 말 정도로 밖엔 안들린답니다. 과거 70년대 나일론 헬멧을 개발했을 당시, 새로운 헬멧을 청와대에 가지고 들어갔을 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어떻게 한줄 아십니까? 실험실에서 한 대로 파편탄가지고 관통실험을 한 줄 아십니까? 아닙니다. 도끼로 헬멧을 내려쳤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기대되는 조건을 나름대로 만들어 본거지요. 그리곤 만족했답니다. 자.. 그럼 박 전 대통령에게도 언론중재를 신청하실 건가요? 자체적인 성능소요를 제출하고 거기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개발팀 입장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조파트의 논리이고, 현장에 있는 병력의 안전을 책임진 간부들이라면 실험실의 기준충족에만 만족하지 말아야지요. 현장에서 최대한 예측 가능한 위험조건 하에서 다양하게 성능을 측정해야하겠지요. 이른바 '필드'테스트를 외국에서는 하고 있는 걸 아셔야합니다. 혹시 베트남전 참전해보셨나요? 한 시청자께 보내주신 사연 중에 이런게 있었습니다. 베트남전에 입고간 군복이 빨래를 한 번했더니 물이 다 빠지더랍니다. 그 옷을 입고 밤 마다 작전에 나가면 위장이 되지 않아 두려움에 떨었답니다. 그래서 소대장이 그 옷을 한국 국회에 보낼까 고심하다가, 우리는 사회 중진이 되면 이런짓 하지말자고 다짐을 했었답니다. 그리고 며칠전 저희 프로그램을 보신뒤 이 메일을 주셨더군요. 아직도 우리군은 저 모양이냐구요. 지금 이라크 전장의 자이툰 부대원들 중에 문제 있는 이 방탄장구 때문에 우리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깊은 좌절과 실망감을 키우고 있을 청년은 없을지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취재해보니 방탄복엔 문제가 더 많더군요. 혹시 장관께서 절 고발하시지 않을까 걱정돼 기사에는 쓰지 못했습니다만 방탄복 만든 분들 많이 반성하셔야겠더라구요. 왜냐구요? 이번에 만든 방탄복은 납판(FMJ) 방어용 아닙니까. 그런데 이라크 현지에서 쓰이는 총알이 뭡니까. 납탄에 비해 관통력이 30%까지 더 좋다는 철심코아탄(MSC:Mild Steel Core)아닙니까. 다시말해 자이툰 부대원들의 방탄복은 이라크에선 속수무책 뚫린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문제는 국방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실험실에서 납탄으로만 실험을 해서 자이툰 부대원들에게 나눠주었지요? 제가 알기론 자이툰 부대원들이 파병인 직전 6월, 방탄복의 성능에 우려가 제기된다고 재시험을 요청해왔었지요? 당시 육사시험장에서 재시험이 이뤄졌지요? 그런데, 그때 무슨 총알로 실험하셨습니까. 전 놀랬습니다. 그때도 납탄으로 실험하셨더군요. 나쁜 어른들..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우리 병사들 안심하고 떠나보냈지요?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 최소한 사기죄, 최대 살인죄에 해당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장관께서 동의하십니까? 물론 동의하지 않으시겠지요. 지난 세 차례의 방송에서 저는 장관께서 아마도 중장시절이지요. 우리군의 군수, 장비개발 분야의 총책인 획득개발실장을 지낸 사실과 퇴임후 대통령 국방보좌관으로 재임용 되시기 직전까지 모 대기업의 군수산업과 관련된 고문을 지내셨던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장관의 명예가 훼손됐가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장관께서 부산상고 출신으로 대통령과 질긴 인연을 가지고 계신 분임도 역시 적시하지 않았지요. 그럴 경우, 저와 저희 프로그램에 대해 언론중재는 물론 민,형사로 강경 대처하라는 내부 지시를 내린데 따른 저열한 대응으로 비칠까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 방금 열거했듯 장관께서는 우리나라 획득, 즉 군수산업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십니다. 그렇다면 이번 저희 보도의 행간을 충분히 읽으셨을 겁니다. 찌그러진 헬멧, 구멍난 방탄복, 불에 타는 방탄차.. 중요한 기간 장비도 아니고 일반 장비의 부분적 성능에 대해 왜 말들이 많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습니까? 이번 보도는 겉으로 드러난 군수품의 납품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납품 비리의 검은 함수를 겨냥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보도에 대한 국방부와 장관의 안이한 대응을 더욱 묵과하기 힘든 것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군수품 납품비리가 적발되고도 그에따른 후속 조치가 이어져왔지만 저는 단 한차례도 제대로 조사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90년대 후반, 제가 검찰 출입기자를 할 당시 조달청장인가요? 아니면 아마 조달의 최상위직 공무원이 입찰정보를 흘려준 대가로 거액을 챙겼다가 구속된 적이 있었습니다. 조달의 특성상 시스템 '자체'는 매우 투명하게 만들어져있습니다. 때문에 입찰정보를 흘려주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공조 내지는 방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더군요.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책임 검사는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수사가 조달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나라 조달은 마비된다. 즉, 어느 하나 관련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우리 군의 경우를 보면 더욱 심각합니다. 한달간의 취재와 3번에 걸친 연속보도. 매일 저녁 밤을 새워가며 저는 수 많은 제보와 방송 후 소감을 읽어보았습니다. 군에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군대내 입찰 납품 비리와 관련한 제보가 단연 가장 많았습니다. 장관께 묻습니다. 무척 건방진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천상 기자질 하는 놈이라, 물어야겠습니다. 왜 장관직을 수락하셨는지요? 장관직에 취임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관이란 물론 영예로운 자리이긴 하겠지요. 큰 뜻도 있으셨을 거구요. 그렇다면 장관께선 재임중 무슨 일을 하시겠습니까? 2개월 남짓 장관 재임기간중 언론과의 첫 단추가 저와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소송제기라니 조금은 실망스럽군요. 군 개혁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벌써 부터 대통령과 정부의 군개혁 이니셔티브에 역행하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요즘 행정수도 이전이다, 과거사 청산이다 말들이 많지요. 시행과정에 오류도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역사가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굽었던 원칙이 제대로 설 날이 오고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초심이 일상생활에서 봉긋봉긋 솟아오르리라 기대해봅니다. 국방장관이라는 자리의 초심은 과연 무엇일까요? 국방장관은 대 국민 국방서비스의 소통자입니다. 정부 정책을 여러 기능과 연계하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수행해나가는 집행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민사회의 구성원이지만 동시에 정책의 수행수단인 60만 장병,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인 일반 국민들의 안보와 안녕을 위해 복무해야하는 큰 봉사자이기도합니다. 그게 장관의 역할 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언론중재를 신청한 장관의 태도는 한마디로 대단히 불손한 것입니다. 병사와 그 가족된 입장에서 제기된 기초적 안전문제에 대해 거짓으로 대응해왔던 국방부. 자신을 돌아보기에 앞서 무리한 논리로 공세를 제기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언론에 대한 대응 전략이 이토록 서투를진대, 과연 안팎의 위기상황이 돌발하면 과연 어떠한 전략으로 이겨내실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우리나라의 안보가 무척 염려스러워집니다. '아무 우려할 것 없는 헬멧을 폄하해서,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했으며, 나아가 장관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장관의 주장.. 70-80년대 몸서리치도록 압제하던 저 공안검사의 논고문을 닮았더군요. 내일 저는 장관의 대변인과 중재위에서 조우하게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정정 보도를 낼 의사가 없습니다. 무엇을 정정하라는 것입니까. 그러니 부디 저를 고소하십시오. 아마도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번이 제 35번째 소송이 될 것같습니다만.. 이번 역시 정중히 응해드리지요. 물론 지금 현재 계류중인 소송도 서너개 되다보니 좀 바쁘긴 합니다만 최선을 다해 응해드릴께요. 패소하시면 우리 세금을 낭비하시게 될 텐데, 어쩌죠? 장관께서는 반드시 지게 되실테니요.   그런데 저.. 한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지금껏 제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입니다. 뭐냐면, 이번엔 저도 장관을 고소해볼까 합니다. 기자를 떠나 우리사회 책임있는 시민으로서요. 죄목이요? 글쎄요. 그건 장관께서 직접 정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