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발뉴스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큰 절 올립니다. 오늘 아침 저는 남다른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릴 새해 첫 고발뉴스를 무엇으로 올릴까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방송과 신문기사들을 둘러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없었습니다. 미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뉴스인 만큼 올 한해 저와 우리의 문제의식을 관통시켜 줄 수 있는 '화두' - 의미있는 뉴스를 고르고 싶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저는 '부시, 북핵 문제 외교적 해결'이라는 기사를 선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사를 통해 제가 고발하고자 하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데 그걸 왜 고발하겠습니까. 제가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반세기 넘게 미국에 의해 길들여져온 우리의 '세계관'입니다. 바로 뒤틀린 민족 자의식의 껍데기입니다.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두고 지난해말 우리는 때아닌 수선을 떨었습니다. 보수언론의 호들갑에 우리는 혹시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심리를 한껏 자극받았습니다. 일순, 촛불시위의 정당성에 상황론적 회의주의가 고개를 들었고 민주적 제반 개혁을 유보하거나 속도조절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초조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0일, 임기 2개월을 남긴 DJ의 정면돌파가 있었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미국의 대북 '맞춤형 봉쇄정책'을 반대한다"고 공식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봉쇄정책이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한발짝 물러서더군요. 여기에다 노무현 당선자는 "미국 발표의 전면적 수용이 한미 공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입에 침이 마르는 긴장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부시가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는 외신이 계미년 신새벽 우리의 현관앞에 당도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놀라웠습니다. 미국이 지난 46년부터 북한에 대해 일관되게 구사해온 봉쇄정책 기조가 하루아침에 바뀔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최근의 강경입장과는 분명 차별되는 매우 이례적인 유화제스쳐를 보내온 것입니다. 부시 발언의 진의는 물론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여러분. 저는 드라마틱한 이틀간의 국면 전환과정을 목도하면서 아주 작은 민족적 자긍심과 희망의 싹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렵사리 제 인식의 눈꺼풀을 누르고 있던 껍데기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오랫동안 제가 애써 외면해왔던 자의식의 빗장이었습니다. 그것은 미국에 의해 철저히 세뇌돼 미국의 관점에서 미국 신민으로서 세상을 보려고 하는 저의 몰역사적 타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껍데기는 불행히도 저 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과 미국적 사고는 지난 50년여년 동안 척박한 역사의 오솔길을 걸어온 우리 민족 모두에게 선험적 DNA로 각인된 일종의 '파블로프의 종'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과연 무엇입니까? 혹시 해방직후 남한의 개혁적 진보세력에 살육적 철퇴를 가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반민족 친일 정부를 세운 바로 그 미군정의 연장 아닙니까. 그들은 불도저식 언론탄압의 기수였습니다. 좌파 언론은 물론 민족적 진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적산재산으로 친일 보수언론을 살찌워 다시 그들로 하여금 지난 50년 동안 민족의 세포 하나하나에 이르기 까지 미국식 논리를 주입해온 미군정 공보부의 상급기관에 불과합니다. 미군정 공보담당자의 한마디에 민족자존의 의지가 무참히 꺽기고 독립과 자주를 부르짖었던 지성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향하던 그 시절의 미군정, 미국을 잊었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지금의 그들이 바로 역사 속의 그들이니까요. 미군정이 미 군산연(군수-산업-연예) 복합 정부로 대체되었을뿐, 그들의 본질은 일절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50년 울려댄 '파블로프의 종'은 이제 일사분란하게 우리의 세계관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저는 미국을 바로 보고, 민족사를 바로 세워야하는 중대한 의무가 우리 민족에게 부여돼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해 첫 고발뉴스를 제공한 부시에게 처음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억눌리고 주눅든 그리하여 충분히 비겁한 - 우리의 자의식, 역사의식, 세계관을 고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