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프레시안에 난 기사탓인지 다른 날에 비해 홈페이지를 찾는 손님들이 많군요. 반갑습니다. 편히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요즘 이런 저런 생각에 안절부절 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과욕인가요. 벌여둔 생각만 많고 복잡하네요. 하루종일 책상앞에 앉아있었습니다. 팔당댐을 넘어온 한강이 흐르는 이곳 덕소에는 오후 늦게 눈발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시간은 강물 만큼이나 빨리 흐르나 봅니다.보다 치밀하게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저 몇년전 써둔 시를 한편 옮겨봅니다. 처음이라 쑥스럽지만. 싫지 않으시다면 자주 올리지요. 시집이 있는 카페 -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며 강남 뒷골목 식당가에는 김수영 시인의 두 누이가 운영하는 Cafe가 있다. 시인이 남긴 자매들의 Cafe에는 시인이 남긴 시집이 꽂혀있다. 낮에는 커피손님이 오지만 밤이면 한두잔 술도 따라야하고 그럴때면 누이들은 먼저간 시인 오빠를 이야기한다. 늙은 누이의 제망매가에 한잔두잔 술이 오르면 미친 강남에도 역사의 밤이 내린다. 한두마디 오빠의 시를 기억해내는 손님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먼저간 오빠를 만난듯 반가워 두 누이는 덩실덩실 춤도 춘다. 혼탁한 공기와 시대의 기관지염에 밤새도록 고인 가슴 가래를 뱉다간 시인 김수영. 세상사 무슨 회한이 아직도 남아 늦은밤 누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누나. 강남 어딘가에 있다는 시인이 남긴 카페에는 오늘도 시인이 남긴 누이들이 꽂혀있다.                                                 (1999. 11) 후기/ 지난 99년 늦가을 선배와 함께 우연이 들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김수영의 시집을 발견했다. 시집을 찬찬히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카페주인은 그가 자신의 오빠라고 말했다. 옷가게를 하다 정리했다는 누이와 젊어서 영화배우를 했었다는 또 다른 누이 그들에게서 생전 시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취해버렸다. 술인지 시인지 시인인지 아니면 시인을 잊지 못하는 누이때문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취중에 한줄기 눈물을 보았다. 시인이 남기고간 흔적은 때로 시 보다 더 현실적이며 구체적으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