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씨의 지지철회 선언을 듣고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인터넷 속을 터벅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조선일보의 사설을 읽게되었다... 아! 어이가 없어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어찌할 것인가. 이 깊은 시대의 암흑과 단절을. 과연 어찌할 것인가.   노-정 단일화 '합의'가 코미디 대상감이란다. 합의'파기'가 아닌 '합의' 자체가 코미디라는 것이다. 정몽준씨의 지지철회를 기다려온 그들이 한술 더 뜬다. 정씨 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했으니 이제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란다. 이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넘은 노골적인 강표행위다. 조선일보여,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이건 신문이 아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그대들의 자유다. 하지만 남들이 볼까 부끄럽지 않은가. 3류 선거운동원이 등사기로 갓 찍어낸 유인물도 그래선 안된다. 이제껏 그대들이 해오던 대로 '팩트'로 해야지. 그것이 비록 과장됐든 조작됐든 어쨌든 간에 말이다. 그래야 우리가 신문이라고 불러주지. 짙은 왜곡의 눈화장을 지운 그대들의 맨얼굴을 차마 눈뜨고 볼수 없어서 하는 말이다. 한번 묻자. 지지후보가 누가됐든 지난 50년 우리 헌정사상 노-정 단일화 합의만큼 정정당당한 정치 드라마를 본일이 있던가. 비록 제한된 형태의 여론조사였지만 민의에 승복할줄 아는 정치인의 금도를 보여준 청량제가 아니었던가. 이제껏 단일화 합의 파기를 위한 주술을 걸어온 것은 바로 그대들 조선일보였을 뿐이다. 독재와 술수로 점철된 한국정치사의 곳간에 어디 이만한 유산이 있었는가  한번 찾아보라! 어찌할 것인가.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부터 솟구쳐 오르는 이 묵직한 기운은 무엇인가? 아, 언제였던가. 그렇다. 지난 87년... 눈 앞에서 스러진 한열이 형을 안고 바라보던 독재의 짙은 그림자. 맨주먹 만으로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어 숨죽여 흐느끼던 칠흙같은 어둠. 그리고 그 독재의 배후에서 독재보다 더 음험하고 더 악날한 '활자'로 자유 정신을 가두던 신문권력의 망령. 조선일보의 사설은 바로 그 망령의 현시였다. 놀란 가슴은 오랜 눈물의 기억을 샘솟게 한다. 이성과 합리, 아니 순수한 공동체 주의의 원칙 마저 무시하는 저 냉소적 광기! 어찌할 것인가. 이 질식할 것만 같은 어둠을! 어쩌란 말인가. 신 새벽 끝자락에서 차마 잠들수 없는 이 가슴을! 그렇다면 어쩌랴. 다시 돌아가야지. 피흘리며 걸어나온 십수년 세월이지만, 이땅에 살기위한 운명이라면 어쩌랴 가시밭길 절어 눈물엉킨 기억 속으로 다시 돌아가야지. 불타던 아스팔트 최루탄 흰 눈처럼 내리던 87년 6월의 백양로로 나,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