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일 남았다. 3일뒤면 우리 민족은 5년동안의 새로운 역사속으로 접어든다. 대통령 선거는 마치 거대한 블랙홀 처럼 우리 사회 모든 담론을 흡수할 만한 기세로 사람들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사실 크고작은 모든 선거들이란 민주사회에서 대의질서를 완성해가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선거의 당락 자체가 이상사회를 규정하는 완성태인양 선전하는 정치세력들은 어쩌면 모두 사기집단들이다.   애써 원칙에 충실하려 해보지만 나 역시 당락에 초연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적어도 어느 한 후보는 내가 생각하는 사회를 앞당기는데 더욱 효율적인 정치기제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낙선한다면? 생각은 복잡해진다. 회색빛 기자들의 고민이란 항용 그렇듯이 유보적이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던 오마이뉴스의 지지 포기선언이 나왔다. 시기상조란다. 그 놈의 시기는 언제쯤 올까. 다음 선거에는 가능할까. 옷장 문을 열고 자신의 지지후보를 밝히는 '공인'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용기'가 부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용렬'함이 부끄럽다. 그렇다면, 선거철 기자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겨레 홍세화 선배처럼 자신의 지지후보를 밝힐 용기가 없다면 기자들은 후보자들의 공약과 자격 검증을 위해 현장을 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선거철에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기사를 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거철에 이뤄지는 모든 언론 행위는 정치적 의도가 있든 없든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또 그러기에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검증은 평상시 미리미리해둘 일이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자. 선거가 민주적 대의제를 구동시키는 연례행사라면 일일취재전선에 투입된 기자들은 그저 담담하게 민주적 원칙하에 일상적 취재에 충실하는 것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묵묵히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최선을 다하자. 선거전의 스피커 소리 뒷전에서 선거와 상관없이 스러져가는 우리네 이웃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더 큰 선거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