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판에서 피고인 김대업의 혐의는 모두 4가지. 주된 내용은 공무원 자격사칭, 전태준과 국사모 등에 대한 명예훼손 그리고 이재오 의원 등에 대한 무고 혐의 등이다. 우선, 김대업 쪽의 변론요지. 전태준 등에 대한 명예훼손 내용을 담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기사는 비보도를 전제로 이뤄졌다는 것. 당시 인터뷰는 신기남 의원 관련내용이 주였고, 그나마 그 내용은 다른 보도내용을 정리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국사모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기사화될 줄 몰랐으며, 명예훼손의 의도가 없었다는 것. 이재오 의원과 중앙일보 이남신 기자 등에 대한 무고혐의 역시 범의(범죄의도)가 없었고, 당시 복막염으로 병원에 입원중, 고소장을 한꺼번에 작성하다보니 작오가 생긴 것임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대업측은 마지막으로 김이 병무비리 근절에 기여한 점과 당시 복막염으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던 점을 재판부가 고려해줄 것을 탄원했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단호했다. 김대업이 이미 관련 혐의에 누범인 점을 고려해야 하며, 반성하지 않는 재판태도 역시 재판부가 감안해 중형을 선고해야한다고 맞섰다. 그럼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했을까. 항목별 재판부의 선고는 다음과 같다. 1. 공무원 자격 사칭 관련 재판부가 보는 '사칭'에 대한 판단은 엄정했다. "공무원 자격 사칭이란 공무원이 아닌 자가 남에게 자신이 공무원임을 믿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경제적 이해를 취득하려는 목적을 수반하지 않아도, 또한 현실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칭혐의는 성립한다."는 것. 진이재나 김길부 등은 법정진술을 통해, 피고인 김대업의 복장과 당시 진술에 대해 상이하나 일관된 진술을 보였다. 모두 김의 복장이 '수형인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진이재는 김으로부터 담배를 받았다고 까지 진술하지 않았는가. 특히 김이 검사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GOLF 사이트 까지 들어가 사용할 만큼 자유로왔던 것도 인정했다.   김대업은 진이재나 김길부 등에게 진술과 자백을 추궁하면서, 진에게는 '진술하면 약식기소'를 약속했고, 김길부에게는 '단순 수뢰죄로 낮춰주겠다'는 등의 약속도 했다. 당시 김대업은 '사기죄'로 재판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더욱 안 좋다. 이에대해, 김대업은 당시 검사가 자신에게 이같은 상황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조인인 검사가 '수사관 사칭죄의 무거움을 모를리 없기 때문에' 김대업이 그렇게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재판부는 공무원 자격 사칭 부분에 유죄를 인정했다. 2. 전태준 등에 대한 명예훼손 이와관련한 신문기사나 신기남 의원의 진술은 모두 피고인 김대업의 제보가 주된 취재원이었다. 증명은 김대업의 의무. 법관은 합리적 이해를 근거로 김의 진술을 판단한다. 하지만, 김이 진술한 박정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고, 김규창 상사는 김이 만나기는 했으나, 전태준 등의 지시를 받고 신검부표를 파기했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같은 이야기를 김대업이 알게된 경로도 확실치 않다. 아울러 김이 제시한 테잎도 김도술의 음성 여부에 대한 판정이 불가능한 걸로 나왔다.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반면, 전태준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다. 그가 이회성을 만나기는 했지만, 부표파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입증이 안된다. 신검부표 파기와 관련해서도, 장보경의 지시에 의해 주임상사 조장근이 파기했지만 특정 부표만 파기된 것이 아니라 모두 파기된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 3. 국사모 명예훼손 부분 월간중앙 고정애의 직격 인터뷰는 김대업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충분히 보도가 예상된 것이다. (김대업은 보도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 특히, '국사모가 변재규를 조정했다'는 부분은 국사모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확인결과, 변재규라는 사람은 없었으며, 검찰수사를 방해한 것도 없었다. 유죄인정.. 4. 이재오 등에 대한 무고혐의 2002. 9. 20 고소장을 피고인이 직접 제출했는데.. 피고인 김대업은 SBSGOLF.COM 조회하고, 게임까지 한 적은 있으나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로그 기록을 살펴보면 김이 글 올린게 확인된다. 고소장에 기재한 내용이 허위인 바, 무고한 것이 인정된다. 유죄! 조목조목 판사의 유죄 선고가 이어지자, 법대의 김대업은 고개를 떨구었다. 판사의 양형 배경 설명이 이어졌다. 우선, 피고인 김대업에게 유리한 정상을 보자. 피고인의 혐의내용은 기실 '수사에 협조하다 이뤄진 일'이고, 계호가 부족했던 검찰의 '부주의' 역시 적지 않다. 하지만, 피고인의 범죄혐의는 그 사회적, 정치적 파장이 컸다. 재판부는 정치적 고려는 극히 제한하겠다. 법률적 고심을 많이 했다. 판결의 기준은 법률적 고려다. 그러면 어떤 고려가 가능한가. 우선, 전과사항이다. 김대업은 86년 공문서 위조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됐고, 97년 9월에는 협박죄, 다시 99년에 사기죄를 범했다. 실형전과가 세차례나 된다. 대부분 출소 이후 얼마안되는 누범기간 중 일어난 것이다. 무고는 10년 이하의 중죄다. 피고의 경우, 20년 이하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더구나 무고대상이 정보기관 간부나 언론인, 국회 의원, 전직 장군 등인데.. 이들의 명예나 평판은 특히 중요하다. 이들이 겪은 피해는 누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피고인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 탄원서에 자신의 '딸'에 대한 언급이 있으나 개전의 정이 부족하다. 범죄사실이 모두 인정되는데, 오로지 법률적 견지에서 양형을 결정했다. (이 사건의 정치적 비중을 의식하는지, 재판부는 내내 '법률적' 견지에서 판단했음을 강조했다.) 충분한 사례를 수집해 분석했다.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지는 찰라.. "그러므로, 원심이 내린 형은 너무 가볍다." 김대업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다.   ".. 누범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중형을 선고한다. 다만 검찰의 구형이내에서.. 4개월을 추가해, 원심의 형 1년 6월을 합쳐, 1년 10월을 선고한다." 2002년 대선정국을 뒤흔들었던 김대업. 그의 입이 굳게 닫혔다. 재판이 끝나고, 김대업을 지지하는 정진우 목사를 만났다. 정 목사는 재판부가 병역비리의 본질을 놔두고 그 지류에서 있어난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병무비리를 주장한 사람은 처벌을 받고, 정작 그가 비리대상으로 지목한 사람은 어떠한 조사조차 받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주장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고발기자 9년 차.. 직업상 남을 고발하며 갖는 생각인데, 고발자는 피고발자 보다 더 높은 윤리성을 필요로 한다. 다만, 우리사회는 윤리성이 낮은 김대업에게 너무 많은 걸 걸었던 것이다. 이날 언론은 김대업의 선고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선정국을 호령하던 그의 입과 말에 더이상 주목하지 않았다. 아주 빠른 속도로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그렇게, 잊혀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