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요즘 취재일정에 쫓겨 업데가 좀 늦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얼마전  열린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결심공판에 관한 기사가 눈을 씻고 찾아도 없기에 의무감으로 글을 올립니다. 왜냐구요? 우리사회와 역사의 굴골을 이해하는데 그만큼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결심공판 취재량만 A4용지 12장 분량이어서 내용별로 나눠 몇차례 연재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첫부분으로, 거꾸로 가는 <조선일보>식 소유,경영 분리 실태에 대한 공판 심문내용입니다.) 부장판사, "<조선일보> 사장은 경영 보다는 편집에 신경을 쓰나" 방계성, "아니다. 기자들이 사장 눈에 들게 쓰는 신문은 망한다." 11월 26일, 4시35분 결심공판이 시작됐다. 지난번 공판이 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변호인단이 특별히 부탁해 잡은 시각이 오후 3시. 하지만 오늘도 한시간 반가량 공판이 지연됐다. 재판부가 맡은 앞 사건이 길어졌기 때문. 방상훈 사장 직전의 재판은 이날도 매춘과 관련된 것이었다. 천호동 윤락업자들이 돈으로 경찰을 매수하고, 또 비협조적인 경찰관에게는 뇌물을 줬다는 거짓 진술을 해서 그들을 제거한단다. 이날 재판은 바로 그 과정에서 경찰관이 억울한 누명을 쓴 사건이었다. 윤락업자에게 비협조적인 경찰관과 윤락업자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공판은 당연히 길어졌고 방상훈 사장 역시 본의아니게 남의 송사를 들어야만했다. 순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재판과 또 앞선 경찰관의 재판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서 말이다...그렇다면 <조선일보>는 경찰관 쪽일까? 윤락업자 쪽일까? 재판이 끝나고 방 사장에게 물었더니 그는 당연히 '경찰관' 쪽이란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땅거미가 질 무렵. 공판이 시작됐다. 이하는 공판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빠른 재판진행을 더딘 손으로 받아 적다 보니 부분적인 오기가 있을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판> 늦었다. 양해해라. 그러니까, 방계성을 증인심문 받겠다는 건가? 선서를 하면, 당신 책임질 답변할 수도 있는데? 방계성> 네, 답변하겠습니다. -> 방계성 전무는 지난 공판에서 변호인에 의해 증인신청 됐다. 검찰은 피의자의 증인적격을 두고 재판부와 대립하였고, 재판부 역시 난색을 표명하였지만 결국 재판부는 변호인측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 판결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1심 재판부와 검찰이 방계성씨에게 유죄취지의 형을 선고한 마당에 그를 증인석에 세웠다는 점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아무도 기사를 쓰지를 않았지만.. 왜냐구? 재판에 들어온 취재기자들이 전무하니까..) 재판부가 방상훈 사장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겠다는 방 전무의 원을 들어준 셈인데.. 이는 실체적 진실을 지향해야하는 재판부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변> 잘 듣고, 정확하게 답변하세요. (행여 자신의 의뢰인이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스러운 듯..) 방상훈 사장의 업무철학을 고려할 때, 임직원에게 명의신탁하고 또 임직원 퇴직에 따른 새로운 명의신탁자 선정을 전무가 하는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회사에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언론사의 사장이라는 업무의 특수성과 방상훈 사장의 경영철학에 의한 것 아닌가? 방계> 그렇다. 변> 증조부인 계초를 이어, 51년 방일영, 64년 방우영, 93년 방상훈으로 이어져왔다. 조선일보는 4대가 70년 동안 이어온 방씨 가의 가업이다. 자본금 20만원으로 잘 안걷혀 어려움을 겪다가 조진탁, 조만식, 주요한 등이 운영해오다. 조만식의 권유로 계초 방응모가 인수한 것이다. 계초는 혼자서 30만원을 투입, 총 자본금 50만원으로 키워 그간의 재정난을 극복했다. 방응모는 국내 3위의 재력가였는데, 있는 재산 대부분을 쏟아 부었다. 함북에 10만 정보의 조림 사업을 하는 등 경제적 근거가 있었다. 방일영은 조부인 계초의 전통을 지키려 노력, 50년대에 아카데미 등 극장 2개소를 운영하였고, 차관을 들여 호텔을 지었다. 이를 통해, 재정독립을 기했다. 원래 언론은 돈을 먹는 기업아닌가. 그런데 80년대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대대로 밖에서 번돈을 조선일보에 투자한 것은, 언론(활동)에 따른 보람 때문이었다. 이익배당금도 재투자하였다. 방상훈은 180억2천만원의 조선일보 자본금 보다 많은 226억을 들여와, 사내복지기금과 기자 뒷바라지에 썼다. 경영위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과 전혀다르다. 수익창출 위해 일사분란한 기업체 아니다. 방계> 논조를 일관하게 유지하고, 기자를 지켜야하는 자리다. 이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조대현 부장판사의 일갈이 이어진다. 판> 편집에 신경 안 쓰고, 경영에 관심을 둬야하는 것 아닌가? (주: 소유경영의 분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임) (논조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장이 편집에 직접 간여한다는 것인가? 방계> 네. 어떤 기사를 취사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신문사의 오랜 전통, 역사를 지키기 위한 신문의 독특한 성격을 지키기 위해 신문제작에 신경을 쓰는 거다. 독특한 성격이 없으면 죽은 신문이다. 이것을 사장이 하는 일이다. 판> 사장 맘에 드는 글은 싣고, 아니면 안 싣나? 방계> 아니다. 개개 기사는 간여 안한다. 판> 경영 보다 편집에 신경 쓴다는게 이상하다. 방계> (개개 기사에 간여 안한다는게) 사실이다. 신문사 사장은 (사장이) 편집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주 임무다. 판> 그게 편집에 신경쓰지 않는 것인가? 나에겐 거꾸로 들리는데.. 변> 기사는 기자들이 독립해서 작성한다. 제작환경을 뒷바라지 한다는 뜻이지요, 피고인? 방계> 네. 사장이 기사 맘대로 바꾸라고 하면 신문을 방해하는 것이다. 기자들이 사장 눈에 들게 쓰는 신문은 망한다. -> 조대현 부장 판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독특한 성격이 없으면 죽은 신문이다' 신문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사장이고, 그것이 제작이라면, 결국 편집에 간여한다는 얘긴데?.. -> 방 전무는 이미 사장이 '논조'에 신경을 쓴다고 자복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거짓은 가리기 힘든 것일터. 방 전무의 말중에 또한 재미있는 것은 이 표현이다. '사장은 (사장이) 편집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주 임무다.' 방 전무는 아는가? 부작위도 작위의 일종임을.. 사장이 편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은, 이미 그리 알고 온 사람들의 뜻과 목적을 받아들인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럴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장을 통해 찾아 온 사람들의 뜻이 궁극적으로 신문에 반영하게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방사장 결심공판 취재기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