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수요일). 이날 공판은 변호인의 증인 심문으로 이뤄졌다. 증인은 조선일보 윤병현 감사. 변호인은 윤 감사에게 방상훈 사장이 조선일보의 부외자금, 즉 회사 비자금을 '직접' 관리하지 않았음을 진술케하였다. 변호인들은 방 사장의 대속인(대신 매맞는 아이)으로 이미 방계성 전무를 내정해 놓은 것 처럼 보인다. 다음은 윤 감사에 대한 장현창 변호사의 심문내용이다. (변) 언제부터 조선일보에 관여하였는가? (윤) 성석기 감사 이후 조선일보 회계 고문직을 수행했다. (변) 어떻게 위촉되었는가? (윤) 마작을 함께 하며 사귀다가 어느날 정식으로 맡아달라고 했다. (변) (방씨 일가의) 개인지분의 관리내용 알고 있었나? (윤) 2-30년 전부터 성석기가 내게 관리방법 등을 묻더라. 오너자금, 대주주개인 자금 정도로 알고 있었다. (변) 오너자금의 규모나 원천, 조성시기를 들었나? (윤) 자세한 건 모른다. 토지증발보상금과 극장 해서 번 돈 이라고 들었다. (이때 장내 술렁거림..) 오너자금이어서 묻지 않는게 예의였다. (판) 토지증발 보상금? 극장운영금? 무슨 극장을 했나? (윤) 광화문 아카데미 극장과 시네마 코리아를 운영했다. (판) 그것도 방씨 일가가 했던 것인가? (윤) 그렇다. (판) 개인자금도 회계를 맡았나? (윤)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 극장도 방씨 일가가 직접 운영했다는 정도 들었다. 토지증발보상금이라.. 그리고 극장운영.. 방사장측은 엄청난 규모의 부외자금이 분식회계를 통한 불법조성의 결과가 아니라고 입증해야하는 입장에 있다. 보상금이나 과거 극장운영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보상금은 미군정 당시 주어진 것이라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보상금을 미군정이 어떤 목적으로 준 것인지, 끊질긴 확인 취재가 필요한 대목이다. (변) 징발보상금이란 뭐냐? 언제, 어떤 경로로 들었나? (윤) 계초 방응모의 묘지가 의정부에 있다. 20년전 참배했다. 그때 성석기와 함께 갔다. 당시 성석기가 묘지 주변을 설명하면서 6.25때 미군에게 50만평을 증발당했는데요, 그 땅이 이 묘지 근처라고 하더라. (변) 대주주 개인자금을 별도 관리했다고 했는데, 이런걸 개인돈이라고 볼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 (윤) 오너 자금이 아니라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가 외부 회계 감사원이기 때문에 분명한 얘기만 나에게 한 것이다. 오너의 개인자금의 유래, 조성경위에 대해 사실상 윤 감사는 어떠한 신뢰할 만한 주장 및 증명을 하지 못했다. 그의 증언은 일말의 심리적 위로 외에는 힘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변호인측은 어떻게든 방사장의 법정구속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할 것이다. (변) 조광출판의 85.3 증자자금은? 91년까지는 비상임 감사였고, 현재까지 조광출판 회계 감사로 있지요? 조광출판 93년 15억 증자당시 씨디 15장이 주주세금으로 계산됐다는데.. (윤) 오너자금 15억을 조광 출판에 보냈다고 들었다. 15억의 사후 처리를 주의 깊게 보살피라고 말했다. (변) 그것이 오너자금 이라고 어떻게 아는가? (윤) 직접 성석기에게 들었고, 조광 출판 정광은 사장이 처리방향을 묻길래, 주주예수금으로 처리하라고 말했다. (변) 그후 주주예수금이 유상증자된것 아닌가? 이전에도 개인자금 5억원이 90년에 전달된 것 아는가? (윤).. 조광이 철저히 방씨 일가의 개인회사였다는 것이고.. (변) 스포츠조선 증자. 89.12 스조 설립이해 외부감사했나? 오너의 개인자금이 스조에 전달된 것 아나? (윤) 조광에 15억 보낼때 스포츠조선에 10억 보낸 것을 함께 들었다. (변) 스조가 개인자금으로 95년에 증자한 것 아나? (윤) 안다. 스포츠조선 역시 방씨 일가의 오너자금에 의해 굴러가는 철저한 '사적 소유물'이었다는 것이다. (변) 86년 조선이 70억원의 상호사채를 발행한 이유를 아나? (윤) 당시 회사가 윤전기 들어오고 신관 짓는데 자금 필요하고 융자도 당시 어려워 회사채를 모집했다. (변) 70억원은 개인자금 들여 임직원 명의로 사채 매입한 것 아나? (윤) 안다. (변) 광고수익을 누락하거나, 인원비 과대계상  한 적 업는가? (윤) 발견한 적 없다. (변) 통상 세간의 비자금 조성 방법을 아나? (윤) 분식결산 하는 거다. (변) 조선일보가 그런 걸 한적이 있나? (윤) 분식결산을 발견하지 못했다. (변) 신한회계법인에서 20년 근무했는데.. 조선일보의 개인자금 처리관행은 어떤가? (윤) 오너가족과 절친한 핵심 책임자에게 관리토록, 그 사람 책임하 개인자금 관리 운영했다. (변) 성석기는 감사를 70세까지 했는데.. 다른 임원보다 정년을 5년 더 한 이유는? (윤) 자금 관리를 하는데 신망이 두텁고, 인계인수할 후임자가 없어서.. (판) 지금도 그런가? (윤) 조선일보의 외부감사를 몇년전 그만두고, 스조와 조광 만 담당한다. (판) 개인자금 이야기는 당시 근무할때 들었다는 거죠? (윤) 네 검찰은 회사가 자금여유가 있는데도, 70억의 개인자금을 들여 윤전기를 구입한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 - 이를테면 분식회계의 필요성 - 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또한 당시 기업인들을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세우면 쉽게 파악할 수도 있는 문제로 보인다. (검) 성석기와는 30년간 형제이죠? 그 전엔 회계고문에서 외부 감사가 됐는데, 그렇게 친문한 상화에서 객관적 감사가 되겠나? (윤) 헤.헤.. (검) 사실 관계 확인하고 말한 것 있나? 들은 것 말고 말이다. 근거는 들은 말이 전부지? (윤) 네.. (검) 조선일보는 언제부터 흑자났나? (윤) 말 못하겠다. 많은 회사를 하기 때문에.. (검) 각별한 관계의 회사 아닌가. (윤) 대략도 기억이 안난다. (검) 토지징발금 받은 것은 기억하면서 조선일보사의 증언을 듣더라도, 80년대 중반이면 매년 흑자인데 윤전기 사는데 개인자금 들일 필요가 있었나? (윤) 윤전기가 비쌌다. (검) 그건 나도 안다. 언제부터 흑자가 났는지 '말 못하겠다'는 감사의 처신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나 역시 경영학을 공부했고 회계를 부전공했지만, 기업재무회계에서 브레이크이븐(흑자전환시점)에 대한 고려와 이해는 전체 기업의 자금흐름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30년을 자기 회사처럼 관리해온 감사가 흑자전환 시점을 '말 못하겠다'거나 '모른다'고 말하면 그건 참 곤란하다. 이 대목에서 검찰의 추궁은 충분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검찰의 솜방망이 심문의 이유는 재판이 끝나고 나서야 짐작할 수 있었지만.. (판) 징발에 따른 보상금이 얼만가? 29억인가? 조선일보 80년사에 보니까 나온 것 같던데.. (윤) 극장 수입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오너자금에 대한 '역사적 분식'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적어도 그가 회계사라면 이같은 주장, 즉 수입이 많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당시 매출규모나 수익금 등에 대한 믿을 만한 수치를 내놨어야했다. 허기야, 극장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던 시대이니 내놓을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변) 성석기 감사 진술외에는 본 것 없다는 취지지요? 조광 15억5천만원은 말도 듣고, 주주예스금으로 처리하고 장부로 확인했지요? (윤) 증자후 자본 변동보면 올바르게 전입됐다는 것을 직접 장부보고 확인도 한 것입니다. (변) 오너자금에 대한 투자조언을 달라는 말에 어떻게 답했나? (윤) 부동산에 투자해보라고 했더니. 오너들이 그건 싫어 한다고 하더라. 자본금 증자해봐라 했더니, 그렇게 했더라. 나중에 증권을 좀 해보라.. 채권도 권했다. 이른바 '민족지' 조선일보의 재택 현황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윤 감사의 조언대로 이뤄졌다니, 증권과 채권 투자현황이 궁금하다. 산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메이져 신문이 증권을 한다는 것은 칼만 들지 않았지 도둑질과 똑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개 경제부 기자 조차 증권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윤리적 경향아닌가! 하물며 개개인 기자의 영향력에 비해 비교할 수 조차 없는 회사 법인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가공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평하지도 또 공정하지도 않은 처사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경제정의 차원의 조사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검) 변론요지서 2번에 대해 소명할 것이 있다. 추가 의견서 통해서 부외자금을 소명했는데, 이에대해 이번에 새로 바뀐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궁지에 몰린 검찰이 희한한 논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이미 주장 했었는데, 쟁점 사항이 안돼 서로 이해가 돼었던 것이다. (부외자금에 대한 소명을 낸 것은) 항소심에서 변호사가 교체되고, 판사가 요구하니 성명을 낸 것에 불과하다.   (변) 심문하겠다. 방계성(조선, 전무)에게 증여서 포탈, 증자자금 포탈은 방계선이 공동피고인이 아니니, 제3자로 증인 심문가능하지 않을까. (판) 지금 당신들은 방계성이 알아서 혼자 다했다는 것인데.. 그걸 검사는 지금 '범죄'라고 하는건데. 그걸 선서하고 진술증언하라는 것인데. (변) 공동 피고인의 증인채택은 학설과 판결이 갈린다. 판사가 알아서해달라. 어떻게든 심문하고 싶다. 방계성 전무를 증인으로 세우려는 것은 여러가지 변호전략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법정의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방 전무는 증인선서를 할 경우, 위증에 따른 부담을 져야하는 이번 사건의 '형식상''의 주인공 자격을 부여 받게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속인'의 지위가 완성되는 것이다. (판) 부외자금에 대해 방일영이 모르나? (변) 방일영 고문은 작고하셨는데요. 방우영씨는 일선에서 물러났구요. 현재 명예회장으로 있어요. 그때 조성되지 않았잖아요. 오래됐고, 그 분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검찰도 조사를 안했어요. 그가 증언하면 우리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가 구체적인걸 기억 못합니다. (판) 방 회장도 부외자금 실체를 모른다? (변) 네. 성석기 후임인 방계성 밖에 없어요. 아.. 이동숙씨도 알거예요. (판) 방계성씨는 그냥 피고인으로 심문하자. (검) 증인으로 심문하면 위험부담도 각오할 것인가? 그냥 피고인으로 심문해라.. (변) 심문사항 첨부해 증인신청 내겠다. (판) 검사에게도 한부줘라. (변) 사정이 허락되면 맨 마지막 사건으로 배당해달라..(주: 이날 방사장은 앞 재판 선고가 밀려 한시간 이상을 자녀강간범 등 흉악범들과 함께 기다리며 재판을 받아야했다.) (판) 다음주에도 가능하겠나? (변) 그렇다./// 다음 공판기일은 11월 26일, 오후 3시반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게 있습니다. 바로, 재판 이후 방상훈 사장과 변호인, 그리고 그를 심문한 검사들이 보여준 '행태'입니다. 재판이 끝나자 변호사들은 방상훈 사장을 옹위하고 재판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때 담당 검사도 함께 나왔지요. 변호사들이 검사에게 '질문이 날카로왔다'며 덕담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방상훈 사장의 오른 손이 담당 검사의 어깨를 '툭툭' 정확히 두번 치는 것을 봤습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요.. 담당 검사는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답례를 하더군요. 순간 이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그저 멍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지난번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방사장은 변호사 통로로 이동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달려가 그와 한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저 외에 모두가 조선일보 임원들이었습니다. 조금전 본 방 사장의 격려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는 실존하는 수퍼 권력자였습니다. 순간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아랫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피고인이 공판 검사의 어깨를 치며 격려하고 치하하는 세상.. 정말 눈으로 보는 것은 물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광경이었습니다.  원칙과 상식의 순수가 제 눈 앞에서 겁탈 당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불쾌하기도 하고 또 슬프기도 하고.. 4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그렇게 더디게 느껴질 수 없었습니다. 방 사장의 뒤를 따라 내려가 보니, 길은 놀랍게도 법원장이 출퇴근하는 법원 정문으로 이어져 있더군요. 재빨리 대기중이던 카메라 기자를 불렀습니다. 승용차에 오르려는 방상훈 사장에게 제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감히 나를 찍다니..' 방 사장은 전혀 예상 못한 눈치였습니다. 닫힌 창문을 내리더군요. 이날 재판에 대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마디 없이 이내 창문이 닫고는 떠나버렸습니다.   멀어지는 그의 승용차를 바라보며 아직도 서슬퍼렇게 살아있는 오랜 권력의 실체와 그 권력의 무게만큼 찌그러진 우리사회의 원칙 또는 정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 방상훈 사장의 재판취재기,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