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국면에서 연일 이회창 후보 가족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병무비리 '시민 수사관' 김대업. 방송과 신문은 연일 그의 언행과 행적을 따라가기 급급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곧 바로 신문의 헤드라인이 되었고, 이따금 터져나오는 그의 기괴한 행적은 방송의 주요뉴스가 되었다. 월드컵 이후 대선에 이르기까지 몇 개월 동안 그는 살아있는 '뉴스의 핵'이었고, 어떤 식으로든 이후 대통령 선거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가 제기하려 했던 병역비리 의혹은 대선 이후 검찰수사 과정에서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배척됐거나 미궁에 빠졌고, 지금 그는 '폭로전'의 뒷감당을 하느라 묶인 몸으로 법원과 구치소를 오가는 '고행'을 계속하고 있다. 나와 김대업과의 인연은 5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병무비리 문제에 심각성을 느껴 본격적으로 취재에 뛰어든지 일년만에 그를 만난 것이다. 그때 이후 그와는 때로는 악연으로 때로는 인연으로 만나왔다. 많은 시간 충돌하기도 했고 또 서로 손을 잡기도 했다. 병무비리 취재과정에 그는 주요한 취재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병역비리의 실체를 캐기 최선을 다했다. '병역'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아직 나는 생각한다. 병역비리 취재는 현재로서 미완이다. 그 사이 이제 병역비리 사건은 법원의 열린 뒷문을 벗어나 박물관 안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세에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봐야하는 나는 고통스럽다. 명색이 '기자질' 하는 자로서 검증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세의 사건을 역사적 사료로 가공하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다. 불분명한 사실을 가지 치고, 분명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언어의 접착제로 고정해두지 않으면 않된다. 압정이 제대로 찔러지지 않은 나비표본은 머지 않아 부서져버리고 만다. 모호하거나 대중 정리된 사료는 나중에 제멋대로의 것이 된다. 권력의 사주를 받은 역사가들에 의해 악인이 위인으로 위인이 악인으로 뒤바낄 수도 있다. 박물관을 벗어나 되살아나고 있는 수많은 망령들을 보라! 박정희와 김종필의 현시,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의 부활 망령.. 김대업과 병역비리.. 그 전모를 방송 보도를 통해 완성태로 보고할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병무비리 의혹을 뒤쫓게될 누군가를 기다리며 부족하나마 그 동안 불면의 밤을 함께 했던 취재노트를 이곳에 공개하기로 한다. 그것 만이 질곡의 시대 '기자질'을 했던 자로서 역사 앞에 갖춰야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나는 믿는다. 앞으로 이 취재기록은 여러차례에 걸쳐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고석 대령과의 만남, 국방부 취재 뒷 이야기, 취재기자의 개인적 고뇌 등을 담게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김대업이고 그를 쫓는 기자의 시선이 있다.       "사건번호 다2003노6463 피고인 김대업을 징역 1년 10월에 처한다." 200년 11월 18일 오전 10시. 서울지방법원 403호, 피고인 김대업을 세운 법대 너머에서 판사의 선고가 울렸다. '징역 1년 10월이라니..?' 순간 김대업을 봤다. 그는 어금니를 힘껏 물고 있었다. 이내 고개가 떨구어졌다. 1년 2월을 받았던 1심 보다 무려 8개월이 더 늘어난 형량이었다. 이례적이었다. 판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김대업에게 중형 선고가 마땅하나, 다만 검찰구형 이내에서 내린 것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려 했으나, 검찰의 구형을 감안해 더 내리지 못했는 것이었다. 순간, 김대업의 몸이 분노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미 김대업의 '범행사실'을 이미 대부분 받아드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대업에게 '정치적 고려가 아닌 법률적 적용'을 했음을 누누히 강조했다. 도대체 재판 과정에서 무슨 이야기기 있었던 것일까... (취재비사/ 김대업과 진실게임 '2' 편으로 이어집니다. 관심을 댓글로 표현해주세요.)